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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슈 로봇이 온다

19살때 물려받아 매출 7조 日최대 생활용품 일군 재일동포 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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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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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개선되면 직원도 좋아져야 합니다. 가전에서 쌀·물, 원격근무용 부스까지 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재빨리 찾아 공급하고요. 오너십 경영은 장기적 경영구상을 할 수 있습니다."

오야마 겐타로 아이리스오야마 회장(75)은 최근 진행한 온라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자사 지향점과 사업 모델 등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리스오야마는 일본 최대 생활용품 회사로 TV·에어컨·세탁기 등 가전을 비롯해 플라스틱 수납장, LED 조명, 쌀·물 등 2만5000여 개 제품을 공급한다. 이뿐 아니라 한국·유럽·미국·중국 등에 계열사 29개와 30개의 공장을 두고 있고 직원은 4400여 명이다. 2020년도 매출은 6900억 엔(약 7조2000억 원) 가량에 달한다.

19살에 아버지가 급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플라스틱 회사를 물려받아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사람이 재일교포 3세인 오야마 회장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경남 함안 출신이다.

오야마 회장은 회사의 사업 모델에 대해 '메이커 밴더'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메이커라고 하면 가전·차 등 주로 한두가지 제품을 만들어 판매업자에게 공급하는데 비해 아이리스오야마는 메이커와 유통밴더의 역할을 접목해 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개발·생한하고 이를 중간 판매업자를 거치지 않고 소매점·소비자에 공급한다.

그는 "밴더의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상품을 충분히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고객 니즈를 파악해 생활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걸 공급하는 게 우리의 사업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플라스틱, 가전, 금속제품, 종이, 쌀·물 등 생활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 공급한다"며 "매출의 절반가량이 가전에서 나오고 있지만 가전회사가 아니라 여러가지를 공급하고 있는 메이커 밴더이고 이런 모델은 세계에서 아이리스 오야마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리스오야마는 '가성비' 전략으로도 유명하다. 예를 들어 보통 가전회사가 '어떤 제품을 만들지'에 주목할 때 아이리스오야마는 가격에 맞춰 어떤 기능과 기술을 넣을지 고민하고 여기에 생활용품 사업 등을 통해 발전시켜온 비용관리 노하우를 더한다. 이 회사가 내놓은 신제품은 연간 1000여 개에 달하고 매출의 60%가 최근 3년 내 출시한 제품에서 나온다. 그만큼 시장 수요를 재빨리 파악하고 스피드 있게 개발한다는 얘기다. '아침에 떠올린 아이디어를 오후에 기획서로 제출했다'는 직원도 있을 정도이다.

일상 생활을 분석해 수요를 찾는 게 특기인 오야마 회장은 최근 로봇에 주목하고 소프트뱅크와 합작사를 설립했다. 그는 "한국·일본 모두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하게 될 것이고 인력을 대체하는 로봇의 수요가 늘 것"이라며 "소프트뱅크는 인공지능(AI) 연구에 장점이 있고 우리는 제품의 생산·판매에 뛰어나 협력했다"고 말했다.

오야마 회장은 한국 사업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1988년 아이리스코리아를 한국에 설립했고 (2019년) 인천 송도에 공장·물류센터를 준공했다"며 "한국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공장 두세개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한발 한발 진행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먀아 회장은 기업이 어렵다고 감원에 쉽게 나서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표시하며 직원 존중을 역설했다. 그는 "회사 소유권은 주주에게 있지만 매출·이익을 올리는 건 결국 경영자와 직원"이라며 "우리의 기업 이념은 첫째 기업의 존속, 둘째 이익의 창출, 셋째 일하는 사람에게 좋은 직장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개선되면 직원도 좋아져야 하고 직원이 좋아지면 회사도 개선돼야 한다"며 "리먼브라더스 사태나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원과 경영자가 일체화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모두 이익과 배당 등을 우선하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나는 이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리스오야마는 재빨리 수요를 찾아내는 게 장점이지만 로봇에서 볼 수 있듯이 장기적 관점의 투자도 진행한다. 이런 차원에서 그는 오너십 경영의 장점을 설명한다. 오야마 회장은 "(전문경영자 체제에서) 몇년 단위로 사장이 교체되다 보면 장기적 경영계획보다 눈앞의 실적에 집중하게 된다"며 "오너십 경영자는 10년 후에도 자신이 경영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기업구상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눈 앞의 과제에 얽매이다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공략 당한다든가, 세상의 변화 등에는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야마 회장은 재일교포라는 핸디캡을 극복하며 성공을 거뒀다고 말한다. 그는 "헝그리 정신은 허기진 배가 채워지면 없어지지만 핸디캡은 그것을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며 "한국도 한국전쟁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경영자들이 하나가 됐고 기적같은 경제성장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기업에 뒤쳐졌던 현대·삼성 등 한국 기업 경영자들이 이를 따라잡고자 했던 에너지를 냈고 그게 사원에게도 전달됐다"며 "일본을 추격하겠다는 게 재벌 경영자들의 의욕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이 전자산업에서 강한 이유에 대해 "일본은 중소기업과 하청업체들이 발달했고 직접 만들지 않아도 하청업체에서 조달해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형태가 발달해 한국·중국에 비해 해외 경쟁력이나 스피드에서 뒤지게 됐다"며 "하지만 한국은 하청업체가 적고 직접 만드는 내재화 비율이 높다 보니 스스로 리스크를 감수하며 비즈니스를 하는 형태가 됐다"고 분석했다.

오야마 회장은 "가격이 싸다고 해서, 또 편리하다는 이유 등으로 해외(서플라이체인)에 의존하는 것엔 리스크가 있다"며 "마스크나 (한국의 경우) 불화수소 등에서도 문제가 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에 대한 조언을 요청하자 "대기업도 중소·중견기업에서 시작됐다"며 "중견기업 등에 들어가 스스로 사업 구상을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한다는 의식이 한국이나 일본 젊은이들 사에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He is…

△1945년 일본 오사카 출생(재일동포 3세) △오사카부립 후세고등학교 졸업 △1964년 19세에 오야마브로공업 승계·사장 △1991년 아이리스오야마로 사명 변경 △2018년~현재 대표이사·회장

[도쿄 = 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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