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식염수로 만든 가짜 코로나19 백신, 이른바 '물백신'이 출현했던 중국에서 이번에는 가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이런 가짜 백신이 건강한 돼지를 오히려 감염시키고, 나아가 사람까지 감염시킬 수 있다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중국 농업농촌부는 3월 8일 홈페이지를 통해 "가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을 더욱 엄격히 단속하겠다"고 통지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시중에 판매되는 백신은 모두 가짜"…"사람 교차 감염 초래"
중국 농업농촌부는 3월 8일 홈페이지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 가짜 백신을 엄격히 단속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농업농촌부는 "가짜 백신에 따른 위험을 예방하고 돼지고기 공급 회복을 위해 가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가짜 백신이 적발될 경우 '가장 단호한 조치'를 취하도록 각 성(省)에 지시했습니다.
농업농촌부는 특히 지금 시중에 판매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은 모두 가짜라고 경고했습니다. 중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출시가 허용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은 아직 없다는 것입니다. "허가받지 않은 백신은 모두 가짜 백신으로 안전 위험이 매우 크다"고 농업농촌부는 설명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가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이 건강한 돼지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고, 사람의 교차 감염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가짜 백신이 어떤 피해를 주길래 중국 당국이 이렇게 강력하게 나올까요. 3월 9일자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가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은 돼지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중국농업과학원 왕주리 부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가짜 백신은 건강한 돼지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고, 사람의 교차 감염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가짜 백신 때문에 새로운 만성적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말 중국 충칭시의 한 양돈 농가에서는 가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을 접종한 돼지 2천여 마리가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가짜 백신 때문에 죽은 것인지, 아니면 가짜 백신이 효과가 없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돼 죽은 것인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접종했던 백신이 가짜라는 사실은 밝혀졌습니다. 충칭시 공안국은 수사에 나서 이듬해인 2020년 5월 백신 제조 일당 7명을 검거했는데, 이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가금류 질병 치료제를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이라고 속여 팔아 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아직도 가짜 백신 버젓이 판매"…중국 당국 "신고하면 포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에 가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9년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를 통해 판매됐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 효능이 90%에 달한다고 광고했습니다. 한 달에 100건 이상의 주문이 몰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짜였습니다. 지금은 이 제품이 판매되지 않고 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에 효능이 있다고 주장하는 다른 제품들은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습니다. 한 제품은 예방 효능이 85% 이상이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모두 가짜일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아직 승인받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은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농업농촌부는 포상금까지 내걸었습니다. 가짜 백신을 신고하는 사람에게 최고 3만 위안(526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당국의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방증합니다.
중국 농업농촌부는 가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 신고자에게 최고 3만 위안(526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2018년 사육 돼지 절반 폐사"…이달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 4건 발생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병한 것은 지난 2018년입니다. 중국 바이두 백과사전에는 2019년까지 91만 마리의 돼지가 폐사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20만 마리가 폐사됐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사육 돼지의 절반 정도가 폐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은 매년 7억 마리 정도의 돼지를 생산합니다. 세계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당시 어마어마한 수의 돼지가 폐사했음을 의미합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4배로 뛰었습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의 돼지 생산량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기 전 92% 정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했습니다.
중국 양돈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기 위해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 (사진=바이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 당국은 이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 됐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이달 들어서만 쓰촨성, 후베이성, 윈난성 등에서 4건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견됐습니다. 최근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하락 추세인데, 중국인들은 다시금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먹는 육류 중 62%가 돼지고기일 정도로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명합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 SBS뉴스를 네이버에서 편하게 받아보세요
▶ [기사 보기] LH 직원 땅 투기 의혹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