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는 이날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 학술단체와 함께 램지어 교수의 논문 내용을 비판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에서 "위안부를 공창(公娼)과 동일시하는 램지어의 논문이 전문가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학술지에 게재됐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행 연구가 무시됐을 뿐 아니라 많은 일본어 문헌을 참고하고 있지만 취급이 자의적이고, 중요한 부분에선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채 주장만 전개되고 있다"며 램지어 교수의 논문 내용에 대해 3가지 문제점을 거론했다.
우선 위안부 제도가 공창제의 일환이란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공창 제도와 깊은 관련이 있지만 동일한 것은 아니다"라며 "위안부는 공창 제도와 달리 일본군이 직접 지시하고 명령해 설치했으며 관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공창제도에 대한 램지어 교수의 이해에 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그 근거로 "공창제하에서도 예창기(藝娼技) 계약은 실제로는 인신매매이고, 폐업의 자유가 없었다는 점도 이미 많은 선행연구와 사료가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램지어 교수는 문헌을 자의적으로 사용하면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창기 등이 자유로운 계약의 주체인 것처럼 논하고 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여성의 인권이나 여성을 속박하던 가부장제 권력에 대한 관점이 결여된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성명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제도와 공창 제도가 성노예제였다는 연구가 이미 많이 축적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램지어 논문에선 이런 연구 성과가 무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성명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동료평가(피어리뷰)에 기반해 램지어 논문의 재심사를 진행한 뒤 게재를 철회할 것을 '국제법경제리뷰(IRLE)'에 촉구했다.
앞서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논문'을 싣기로 한 학술지는 인쇄본 발간과 무관하게 문제의 논문이 이미 "최종적이고 공식적으로 출판된 것"이라며 인쇄 강행을 시사한 바 있다. 역사학자들을 포함한 각계 전문가들이 램지어 교수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논문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학술지 인쇄본에서도 문제의 논문은 그대로 포함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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