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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신도시 이모저모

[깊은EYE] 신도시가 도시 몰락 촉진…평면적 느는데 인구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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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수사도 중요하지만 신도시 건설 자체도 따져봐야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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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인구 감소는 엄혹한 현재이자 안타까운 미래다. 상징적인 지표가 등장했다.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던 1천만 서울이 깨진 것이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서울 인구가 991만 명, 32년 만에 1천만이 무너졌다.

이 와중에 규제 일변도 정책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치솟았다. 인구 감소 시대에 집값 급등이 앞뒤가 안 맞는 현상인 것 같지만, 어쨌든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집값 급등을 한방에 잡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지만, 신도시 예정지에 일부 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로 선수를 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3기 신도시는 태어나기도 전에 진흙탕이 되어가고 있다.

투기 사태 수습은 관계당국의 엄중한 수사를 기대해보고, 이 시점에서 신도시가 주택 문제의 영원한 해결사인가에 대한 원론적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 인구 감소+도시 평면적 확대 = 도시 활력 감소

신도시는 정확하게 말하면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게 아니라, 과밀한 도시 주변에 새로운 대규모 주거단지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어쨌든 앞서 전제한 인구감소 요인에다 신도시를 플러스하면 간단한 물리적 결과가 나온다. 도시 평면적이 늘어나면서 인구가 분산되는 것이다. 인구 정체 혹은 감소로 가뜩이나 도시가 활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기존 도시 인구가 다시 신도시로 분산된다면 도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구도심에서는 병원이나 학교 같은 기반시설뿐만 아니라 식당과 편의점, 옷가게, 학원, 커피숍, 숙박업소, 영화관 같은 생활경제 권역이 영업 악화로 시한부 경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현상은 인구 2,30만 명 이하의 중소 도시에서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2년 전 취재차 둘러본 몇몇 도시가 그랬다. 대표적인 곳이 목포다. 목포는 참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유달산 일대 구도심은 한국 근현대사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적산가옥과 유적지, 박물관이 넘쳐난다. 작은 금강산으로 불리는 유달산에서 바라보면 영산강과 삼학도까지 한꺼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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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유달산에서 본 목포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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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며 이른바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지만, 낮에도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고 저녁 7시만 되면 도로나 주변 상가에서 인적이 사라진다. 관광객을 끌어보려고 돈 들여 만든 화려한 도로 장식물들만 사람 없는 도심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목포 사람들과 관광객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같은 날 저녁 7시대, 목포의 신도시인 하당 지역은 제법 활기를 띠었다. 주변에 새로 지은 아파트 거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바닷가를 산책하고 분수 쇼를 감상한다. 근처 상가 주인들도 음식과 물품을 파느라 제법 분주했다.

그런데 하당 신도시 상인들도 걱정이 많았다. 왜냐하면 인근에 남악 신도시가 다시 생겨서 인구가 다시 그쪽으로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목포의 인구는 지난 연말 기준 22만 명. 10년 사이 2만 명이 줄었는데, 연이은 신도시 개발로 도시는 갈수록 커지고 있으니 전체적으로 도시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중소도시들뿐만 아니라 이제는 대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 정치인들의 편한 선택 신도시, 치적으로 포장

대규모 신도시 건설이 반드시 필요한 때가 있었다. 고도성장과 인구증가에 따른 주택 수요와 집값 급등에 대응하고, 보다 질 좋은 주택을 국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인구가 줄어가는 현 시점의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우선순위를 앞에 둘 정책적 선택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좁은 국토의 효율적 이용측면에서도 신도시는 가급적 피해야 할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질 때마다 특효약처럼 신도시가 거론되는 것은 정치적 산물인 경우가 많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 대신 구도심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하면 도시 밀도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이해관계자들의 갈등 조정에 품이 많이 들고 기존 소유자가 특혜를 누린다는 상대적 박탈감도 초래할 수 있기에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나 지자체는 부동산 문제가 터질 때마다 신도시 건설로 승부수를 던진다. 이는 두 가지 면에서 유리하다. 첫째는 골치 아픈 갈등 조정과 특혜 논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고, 두 번째는 광활한 택지에 번지르르한 대규모 아파트를 지어 놓는 것이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선 치적으로 홍보하기에 시쳇말로 '뽀대'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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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도시 압축을 검토할 때

주택은 물가상승률에 준해 어느 정도 올라주는 것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야 자산 증식도 되고 소비심리도 개선된다. 그런데 최근의 집값 급등세는 상식과 정도를 넘었다. 이유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정상적인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책적 실패를 일거에 덮기 위해, 재건축이나 재개발에 비해 정치적으로 부담이 덜한 신도시 개발을 서둘렀다는 비판을 현 정부가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 와중에 일부 LH 직원들의 투기 사태까지 터졌으니 설상가상이다.

인구 감소는 엄혹한 현실이다. 인구 감소 시대에 평면적 확대는 도시 근육의 소실과 다름없다. 이제는 정부가 신도시라는 정치적 마취제 대신, 도시를 어떻게 압축해서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적절한 밀도 유지로 활력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코로나로 고통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포함한 국민들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정책적 선택이다.

(사진=연합뉴스)
고철종(논설위원) 기자(sbskc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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