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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중국의 美 기업들 "미중 갈등, 최우선 관심사…잘못되면 中당국이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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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 상공회의소 연례 조사 보고서 공개

"미중관계 개선될 것" 전망 수치 높아졌지만

응답자 50% "미중갈등이 사업 망칠 수도"

헤럴드경제

중국인 관람객이 중국 상하이에 설치된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전시장을 방문해 '모델3'을 살펴보고 있다.[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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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중국에서 운영 중인 미국 기업들이 미중 정치 갈등을 최우선 관심사로 여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WSJ는 주중 미 상공회의소가 이날 공개한 연례 사업여건조사 보고서를 인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체제에서 양국 관계에 대한 전망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미국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양국의 정치적 갈등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 베이징에서 이날 공개됐으며, 지난해 10월과 11월 2개월에 걸쳐 주중 미국기업 345개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담았다.

응답한 미국 기업의 50%는 미중 관계가 향후 2년간 자기 사업영역에 나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응답 기업의 16%만이 미래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비관적 전망은 응답자의 50%가 올해 새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미중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지난해에는 30%만이 미중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미중 관계 개선 기대감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으로 한층 높아진 셈이다.

주중 미 상공회의소 회장인 그렉 길리건은 "양국 관계가 호전될지 악화될지의 문제는 여전히 논쟁적인 사안"이라면서 "중국의 미국 기업들은 '양자 외교에 있어 우리가 보다 전통적 관계로 회귀하는 것이지, 갈등 수위를 낮추려는 게 아니다'는 믿음을 갖고 있고, 그렇기에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중국은 지난해 세계 주요국 중에 유일하게 큰 폭의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라면서 스타벅스나 나이키, 테슬라 같은 미국 기업에게는 중국이 생명줄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해당 기업들은 다른 산업분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몰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을 이뤘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과반인 56%는 지난해 중국에서 수익을, 20%가량은 손실을 봤다고 응답했다. 2019년 중국에서 손실을 봤다는 미국 기업은 11%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손실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응답자의 66%는 지난해 중국 사업수익이 조금 오르거나 비슷한 상태였다고 답했다. 이는 같은 질문에서 전년 79% 응답률이 나온 것을 감안하면 수익이 낮아진 것이다.

중국의 소비 회복세도 제조업 등 다른 분야와 비교해보면 느리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브랜드는 업계 경쟁업체 대비 실적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매업계에서 과반이 넘는 54%가 중국 수익이 지난해 떨어졌다고 밝혔다.

저널은 응답자의 52%가 여행 제한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답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중단이 주중 미국 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중 외국기업들은 현재 지난해 중국의 문호가 닫혀 있던 탓에 중국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직원들을 교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WSJ는 그러나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할 때 해묵은 문제점으로 거론해 왔던 과도한 관료주의같은 행태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장기적인 개혁 플랜을 실행에 옮기며 과거와 같은 폐단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응답자의 50%는 중국의 사업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답했다. 단지 12%만이 사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답한 것과 대비된다.

또한 61%는 중국이 향후 3년간 해외투자에 문호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66%는 올해 중국 사업에 더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응답자의 37%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문제나 데이터 안보 위협이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다고 답했다. 2년 전 53%가 이런 응답을 한 것과 비교하면 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여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길리건 회장은 중국에서 미국 기업이 잘 운영되게 하는 것은 미국 경제와 미국민에 좋은 일이라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이러한 변화상을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는 중국에서 잘 되는 것과 잘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가 안보적 이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정부가 좀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해야 미국 기업들이 국가안보 등의 민감한 요인이 없는 사업장을 선택해 사업을 영위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길리건 회장은 "미중 갈등이 확대되면 주중 미국기업은 중국 당국에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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