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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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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사 믿어도 되나"…'3기 신도시 철회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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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3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제3기 신도시 철회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판에 올라온 'LH 주도의 제3기 신도시 지정 철회해 주세요', '고양이 에게 생선을 맡겨야 할까요?' 단 두 문장에는 8일 오전 현재 2만5560명이 청원 참여에 동참했다. 이 청원 마감 기한은 오는 4월 4일이다.

이보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땅 투기 의혹 조사를 국정감사나 검찰 조사 형태로 전환할 것(3일)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1만8931명의 지지를 받았다. 또 5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해임해달라는 청원에는 4113명이 참여의사를 보였으며, 같은 날 LH직원들 및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들의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청원글에는 3069명이 공감했다.

한 청원인은 "요즘 내가 과연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나 의문이 든다"면서 "벼락거지, 벼락부자라는 초 양극화시대에 살고 있던 요즘 LH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뉴스에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뉴스를 보고 있으면 화가나고, 국회의원들, LH공사 및 타 공사들, 국토부 장관, 심지어 대통령에게도 불신이 생긴다"며 "서민들을 위해 집값 안정을 하겠다는 명목으로 정부에서 도와준다며 자기들끼리 미리 먹잇감을 만들어놓고 그 먹잇감을 사육시키고 있었던건 아닌지, 그로 인해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게 만들려는 게 큰 그림이 였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박탈감을 숨기지 않았다.

또 다른 청원인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국토부 장관 이전에 LH의 책임자였다"면서 "이번 LH 직원들 투기 의혹으로 집값에 억눌려 살아온 국민으로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변창흠 장관은 더 이상 장관의 자격이 없으며 장관으로서 임무를 수행해서도 안된다"며 "이번 땅투기는 고질적인 부패구조에 따른 것이며, 그 곳의 수장인 변창흠 장관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도의적인 책임이라도 지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에도 부합하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LH 사전투기 의혹 관련 청와대 청원들이 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조사·처벌 의지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이 증폭됐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정부의 일벌백계 방침에도 시장에선 정작 규정 미비로 혐의 입증부터 투기 수익 환수까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적잖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정부합동조사에서 부동산 투기가 확인될 경우 수사의뢰, 징계조치 등 무관용하에 조치하게 될 것"이라며 "예방대책은 물론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시스템적으로 마련하고, 개인 일탈동기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도록 하고, 중대한 일탈시 기관 전체의 관리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처벌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여전히 차갑다. 특히 직원들이 땅투기를 할 당시 LH 사장이었던 변창흠 장관에 대해 조사 대상이어야 할 책임자가 명백히 책임 소재를 밝힐 수 있겠냐는 의문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까지 LH사장이었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4일 "신도시 개발이 안 될 줄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에 땅을 사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수용은 감정가로 매입하니 메리트가 없다"는 발언이 공분을 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에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감사원이나 외부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LH에 대한 근본적인 쇄신책이 나와야 한다"며 "(해당 직원이) 모르고 샀다는 식의 장관의 현실 도피성 발언에 국민적 공분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며, 지금 장관은 사실을 밝혀내는데 앞장서 본인부터 먼저 조사받고, 재발 방지를 위한 획기적인 쇄신책 마련을 약속하고 국민께 사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도 정부합동조사에 대해 "믿을 수 없다"며 외부기관의 강제수사 목소리를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논평을 내고 "정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것에 대해 제 식구 봐주기식 축소·소극조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큰 상황"이라며 "정부의 합동조사단 조사와 별개로 수사기관의 강제 수사나 감사원의 감사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도 "정부 합동조사는 차명거래를 찾기 어렵다. 국토부 빠지고 가능하면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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