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상 가장 번영을 누리고 국력을 과시해 '대당제국'(大唐帝國)으로도 불리는 당나라 시절 육로와 해로를 통해 들어온 문물을 다룬 책이다. 당나라 물질문명의 실체 및 세계 무역의 문화적 교류 양상 등을 보여준다.
미국 출신 중국학자인 저자는 명나라와 청나라가 해상 교통 및 무역 등을 제한하는 해금 정책을 펴기 400여 년 전 전 세계의 예술품들이 들어온 장안과 낙양, 광주, 양주 등 도시의 풍경을 그려낸다.
책은 사람과 가축, 목재와 음식, 향료와 옷감, 안료와 광물, 종교용품과 서적 등 수입 문화가 당나라를 어떻게 바꿨는지 분석한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의 당나라 연구를 토대로 저자가 연구한 결과도 책에 포함했다.
저자는 사마르칸트에서 온 황금 복숭아에 주목한다. 저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7세기 사마르칸트 왕국이 당나라 황제에게 두 차례 노란 복숭아를 공물로 보냈는데, 금과 비슷해 황금 복숭아로 불렸다고 한다. 저자는 "진귀한 열매를 맺는 나무 몇 그루는 (당나라의 수도) 장안 과수원에 옮겨 심었다"며 "사신 행렬은 이 나무를 갖고 서역의 타클라마칸사막을 건너왔다. 호기심이 강한 당나라인들에게 이국적인 상품의 상징이 됐다"고 말한다.
당나라는 한국과 일본 등 이웃 나라에 예술품과 행동 양식을 전파하기도 했다. 비단과 와인, 도자기, 꿀, 잣, 책, 그림 등 다양했다. 저자는 당나라가 서쪽에서 온 예술품을 동쪽에 전하는 문화 중개 역할도 했다고 강조한다.
책은 중세 무역의 유용한 통계를 제공하거나 조공 제도에 관한 이론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무역품을 다루며 인문학적 관점을 유지하는데, 세계의 중심이었던 당나라가 자기 스타일의 오리엔탈리즘(동양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나 편견)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 적용했다는 주장도 펼친다.
글항아리. 696쪽. 3만8천원.
▲ 2차 세계대전의 민중사 = 도니 글룩스타인 지음. 김덕련 옮김.
제2차 세계대전을 민중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영국의 역사가인 저자는 그간 영국과 미국, 소련 등 선한 연합국이 독일, 일본 등 악한 추축국을 물리친 전쟁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며 2차 세계대전이 좋은 전쟁이었다는 신화에 갇혀 있다고 지적한다.
책은 2차 세계대전을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벌인 제국주의 전쟁이라는 측면과 파시즘, 야만, 압제, 독재 정권에 맞선 민중의 전쟁이라는 측면이다. 저자는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싸운 제국주의 전쟁 수행자들과 달리 민중의 전쟁 수행자들은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진정한 인간 해방과 공정하고 민주적인 미래를 위해 싸웠다고 주장한다.
책은 소련을 제국주의 전쟁 세력이라고 규정한다. 나치를 패퇴시키는 가장 결정적인 전투를 펼치기도 했지만 여러 번 민중의 전쟁을 좌절시켰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소련이 택한 인민전선주의 때문에 소련과 동맹을 맺은 제국주의 국가들을 공격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민중의 전쟁은 많은 제약을 받았다"며 "스탈린은 스페인 내전과 유고슬라비아, 그리스, 폴란드 민중의 전쟁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나치 체제 붕괴 후 전국에 100여 개의 안티파(반파시트위원회)가 생겨나 자치 권력을 행사했다는 독일의 역사도 언급한다. 이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지만 아래로부터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나치즘보다 공산주의가 더 큰 위협이 된다고 본 영국이 지속해서 독일에 유화 정책을 폈다는 것과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점령하에 세워진 프랑스의 괴뢰정권(비시정부)은 노동계급을 진압하기 위해 히틀러에게 부역하는 걸 택했다는 것 등 저자가 분석해 정리한 사례들도 포함됐다.
오월의봄. 596쪽. 2만7천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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