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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백신 수출 길목 막은 이탈리아, 동조하는 유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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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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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용기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백신 접종이 진행된 스페인 마드리드 완다메트로폴리타노 경기장에 쌓여 있다. 마드리드|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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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국들이 자국에서 생산되는 코로나19 백신 수출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약속했던 백신 물량이 공급되지 않았다며 호주에 보내질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 백신 수출을 금지했고,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들은 이러한 조치를 지지한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명했다.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프랑스 BFM TV에서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정부의 결정을) 이해한다”며 “우리도 똑같이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랑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달 이탈리아 정부가 호주로 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출을 금지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지난달 24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호주에 보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5만700회분의 수출 금지 조치를 승인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탈리아와 EU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이 늦춰지고 있는 점, 호주가 코로나19에 “취약하지 않은” 나라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탈리아가 백신 수출을 막을 수 있는 이유는 지난 1월30일 EU가 ‘백신 수출 통제 규정’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에는 코로나19 백신 제조업체가 EU와 계약한 백신 공급량을 채우지 못하면 역외 수출을 불허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초 이 규정의 기한은 3월까지였으나, 최근 6월로 연장하는 방안이 EU 집행위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한 EU 집행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한 많은 EU 회원국들이 연장 조치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출신의 피터 리제 EU 의회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백신은 무한정 제공되지 않으며, 수출 금지는 불행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신 제조·공급 과정이 여러 나라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유럽의 백신 이기주의가 세계의 백신 공급망을 끊어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존 덴튼 국제상공회의소(ICC)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백신을 어디에든, 누구에게나 지체 없이 보급하려면 전세계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자국 예방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출을 막는 것은 정책입안자들에게 매우 위험한 카드”라고 밝혔다.

그레그 헌트 호주 보건부 장관은 “EU 집행위에 이탈리아의 선적 금지 결정을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백신 수출 금지에 동조한 EU는 정작 미국에 백신 수출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 집행위가 미국에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수백만회분을 유럽으로 수출하도록 요구하려 한다”고 EU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6일 보도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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