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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변동성 급등 韓경제, 2004년 '데자뷰'같지만…"올해는 우려보다 기대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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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등 대외 충격 이후 변동성·환율 상승 등 유사

차이점도 명확해…재고 수요 축적 및 설비투자 늘어

각국 정책 기조 상반…"완화적 기조 유지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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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의 영화관들이 5일(현지시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휴관에 들어간 지 근 1년만에 다시 문을 연 가운데 관람객을 맞이하기 시작한 IFC센터 영화관 앞으로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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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이 2004년 상반기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호적인 대외환경 및 정책 여건 속에 회복과 성장이 일어나는 한편 공급을 웃도는 수요 환경으로 각종 단가가 상승되는 국면이라는 배경에서다. 다만 올해에는 당시와 달리 투자까지 확대되면서 수출과 내수 간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만큼 우려보다는 기대가 더 큰 상황으로 전망된다.


7일 신한금융투자는 현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2004년에 빗대 분석했다. 연초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에 시장금리 상승과 조기 통화정책 정상화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금융시장에 비해 더욱 약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누적 기준 주식과 국채 선물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주가와 채권가격 모두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약세다. 지난해 12월초 1080선까지 내려간 원·달러 환율은 2개월 연속 상승해 1126원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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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신흥국 6개국(중국,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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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은 2004년 상반기와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당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경제는 2000년 초 '닷컴 버블'과 2001년 9.11테러,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등 여러 대외 충격을 겪은 뒤 본격적으로 수요 회복이 나타났다. 우호적인 경기 흐름과 달리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됐다. 코스피는 2004년 4월29일 '차이나쇼크' 이후 3개월에 걸쳐 20% 넘게 빠졌다. 국고채 10년 금리는 5% 내외에서 등락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중반에서 1200원선으로 올라왔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2004년은 중국을 중심으로 주요국의 긴축이 시작되면서 경기 모멘텀이 고점을 찍고 1년 남짓 둔화됐다"며 "공격적 투자와 재고 확보 과정에서 선수요 유입이 긴축 정책과 함께 마무리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 여지, 완화적 정책 기조…"2004년과는 다르다"

다만 추후 양상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은 중국을 중심으로 주요국의 긴축이 시작되면서 경기 모멘텀이 고점을 찍고 1년 남짓 둔화됐다. 공격적 투자와 재고 확보 과정에서 선수요 유입이 긴축 정책과 함께 마무리된 영향이다. 반면 올해는 2004년과 달리 추가 경기 상승 가능성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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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단가 상승에 기반한 경기 회복에서 물량 개선까지 동반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년동기대비 감소폭을 축소해 지난해 11월부터 플러스(+) 전환했다. 하지만 단가 상승 영향이 컸으며 물량 회복은 제한됐다. 2004년 물량과 단가 모두 개선된 것과 차별적 모습을 보인다. 올해에는 재고 재축적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스 사태가 2003년 상반기에 조기 일단락되면서 그해 하반기부터 선제적 재고 축적 수요가 1년 가까이 이어졌다. 반면 현재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잔존한 만큼 재고 재축적 수요가 유입되지 않았다. 국내 제조업 및 도소매업 출하/재고비율은 2018년 말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를 선제적으로 종식한 중국을 제외한 미국, 유럽 등 대부분 국가들이 재고를 최소한으로 쌓고 있다.


2분기부터 주요국의 백신 보급 확산으로 전염병 사태가 일단락될 경우 1년가량 각국의 재고 재축적 수요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 이코노미스트는 "재고 재축적 수요가 유입될 경우 '채찍효과(소비자 수요 변동이 유통망에서 생산 등 공급망을 거슬러 올라갈 수록 확대되는 현상)'에 따라 미국과 중국 등 최종재 생산 비중이 높은 국가보다 한국 등 중간재 생산국의 재고 증가폭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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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 확대 기조도 차이점이다. 국내 기업의 업황전망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설비투자 전망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코로나19 사태와 별개로 설비투자는 2019년 초반을 저점으로 완만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었는데 최근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계류 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보인 까닭이다. 하 이코노미스트는 "투자 회복이 동반될 경우 대외 수요가 급격하게 악화되지 않는 이상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다"며 "재고 재축적 수요 유입이 기대되는 만큼 수요 환경은 긍정적이라 투자 확대에 따른 추가 경기 상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 기조도 달라…"확정적 재정기조 유지될 것"

중국은 최근 경기 과열과 자산가격 상승 등을 경계하면서도 온건하고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자 한다.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회수 등으로 정책 정상화 경계감이 불거졌던 지난 1월말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중국의 통화정책이 계속해서 경제회복을 지원할 것을 시사했다. 중국 경제관찰보의 경제전문가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 기조를 유지하며 지준율은 현 수준을 유지(55%)한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1회 인하 및 2회 인하 등 인하 가능성 역시 열어놓고 있다. 정책금리 역시 유지 가능성이 80%로 지배적이며 1회 인하 역시 15% 응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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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코노미스트는 "즉 중국 내부에서는 긴축 가능성 보다는 오히려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통화완화 기조 강화를 전망하고 있다"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온건하고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재강조했으며 긴축 가능성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시장금리가 속등해 금융시장 변동성을 야기하고 있다. 다만 이는 시장 기대보다 중앙은행의 추가 통화정책이 부재한 영향이다. 통화정책 정상화 경계에서 비롯된 금리 상승은 아니다. 연준은 각종 행사와 연설을 통해 초저금리와 상당한 자산 매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반복하고 있다. 정책 정상화를 위해서는 고용과 물가 목표가 달성돼야 하는데 달성 시점 역시 적어도 3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하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정상화로 일시적으로 대외 수요가 약화됐던 2004년과 달리 현재는 실물경제 하방 압력이 정책으로부터 유발될 가능성은 낮다"며 "오히려 각국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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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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