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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도경의 플레e] 확률형 아이템 모델이 ‘Pay to Win’을 만났을 때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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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게임사를 향한 게임 이용자들의 집단행동이 한 달 넘게 진행 중이다. 논란이 줄어들기는커녕, 이용자의 목소리는 계속 커지는 중이다. 이제는 게이머가 아닌 일반 시민들까지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대해 알게 되었다. 무엇이 게이머들을 이렇게 분노하게 한 것인지, 여러 추측들이 있다. 터무니없이 낮은 확률, 신뢰할 수 없는 획득 정보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좀 더 깊은 곳에 ‘진짜’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심연 깊은 곳에서 울두아르의 티탄 수호자를 조용히 타락시키던 요그사론처럼 말이다.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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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그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는 게임의 본질이기도 하다. 과거 매직 더 개더링이라는 트레이딩 카드 게임의 카드팩을 뜯어서 희귀한 카드를 얻었을 때의 기쁨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런 추억 때문인지, 아직까지 카드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 모델이 ‘Pay to Win’(이하 PTW) 과 만났을 때다. PTW은 게임에서 승리하는 데에 필요한 핵심 조건, 즉 캐릭터 능력치나 아이템을 현금으로 구매하는 행위 및 이것을 유도하는 게임구조를 말한다.

이용자는 PTW 시스템을 통해 남들보다 적은 시간을 투자하여 빠르게, 더 강하게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어찌보면 참 쉽고 편리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그리고 PTW 시스템이 게임 내 밸런스를 과하게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살짝만 곁들여지면 게임의 재미를 더 높이는 요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PTW 아이템을 확률형 아이템 모델에서 획득하도록 강제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다. 더 강한 PTW 아이템일수록 더 낮은 확률로 획득하도록 유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행심도 함께 부추겨진다.

낮은 확률을 뚫고 어렵사리 아이템을 구해도 안심할 수 없다. 게임사는 이용자들이 PTW 아이템을 계속해서 구매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기존 PTW 희귀 아이템보다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무료나 싼 가격에 높은 확률로 구할 수 있도록 하고, 보다 높은 등급의 PTW 아이템을 확률형 아이템 모델로 내놓는다. 즉, 인위적으로 아이템 성능의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기존 PTW 아이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주로 대규모 패치에서 이루어지는데, 이 주기가 짧을수록 잦은 과금을 해야 한다. 단기간에 매출을 높일 필요성이 있는 게임일수록 이런 현상이 많은 편이다.

반면, 아시아권을 제외한 해외 국가에서는 PTW 요소가 없는 게임들이 인기가 많은 것이 흥미롭다. 국가별 게임 선호도가 다르긴 하나, 오버워치, 배틀 그라운드, 헤일로, 둠, 포트나이트, 콜오브듀티와 같은 FPS 장르, 대표적으로 라스트 오브 어스 같은 게임을 꼽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게임, 리그오브레전드나 DOTA시리즈 같은 MOBA류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이브 온라인 같은 MMORPG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모두 확률형 아이템이 결합된 PTW 시스템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서 예시로 든 게임 중에도 확률형 아이템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것은 게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외형이나 배경을 바꾸는 요소만 확률형 아이템으로 팔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FIFA시리즈처럼 PTW 요소가 강한 선수 뽑기 시스템을 확률형 아이템 모델로 구매할 수 있는 게임들도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논의도 활발하다. 영국의 경우, 이것을 도박법으로 다루자는 논의가 있을 정도다.

이러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사행성 논란과 규제, 해외 이용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게임사들이 최근 새롭게 시도중인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배틀패스’가 그것이다. 배틀패스는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구매한 후 게임플레이를 통해 배틀패스에 포함된 보상을 단계적으로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일정 이상의 이용자 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게임 이용자 입장에서도 한 번의 고정된 비용 지출과 일정 이상의 게임플레이로 원하는 상품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계획적인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수익모델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계속 배틀패스를 구매하고 지속적으로 플레이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좋은 게임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하는 유인이 되기 때문에, 배틀패스 모델의 확산은 게임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배틀패스는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모델과 PTW 요소가 결합된 시스템에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게임업계도 더이상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에 매달릴 수는 없다. 산업 전반의 발전과 소비자 친화적인 수익모델 개발에 집중할 때이다. 그것이 성공했을 때 비로소 ‘게임은 문화고, 종합예술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확률형아이템 #이도경비서관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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