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가장 보통 청년’들과 만나다
황덩
<나의 이본 학생(我的二本學生)>
중국 대입학력고사 ‘가오카오(高考)’ 응시 인원은 해마다 약 1000만명에 이르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전문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한다. 한때 2000만명 이상 출생하던 중국에서 작년에는 1000만명을 약간 넘는 아이들이 태어났다. 흔히 80허우(後)라고 불리는 1980년대 출생자들이 진학하기 시작한 이래 대학은 대중교육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나의 이본 학생>은 과거 한국의 전·후기 모집처럼 응모 시기에 맞춰 일본(一本), 이본(二本) 등으로 구분되는, 한 ‘비명문대’에서 가르치고 있는 황덩 작가의 논픽션 문학 작품이다. 그가 10년 넘게 비즈니스 중국어 등을 강의하는 광둥금융학원은 광저우시에 있는 대학이다. 금융계 전문대학으로 운영되다 정부의 대입정원 확대 방침에 따라 4년제 대학으로 승격됐다. 대부분의 이본대학과 마찬가지로, 주로 성(省)내 출신인 자신의 학생들을 저자는 중국의 ‘가장 보통 젊은이들’로 부른다.
1974년생인 황덩은 광둥성 북부에 접경한 내륙지역 후난성의 가난한 농촌 출신이다. 본인도 이본대학 학부를 졸업하고, 국가가 지정해준 국영기업에서 4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1990년대 경제개혁 격랑 속에 폐업한 많은 국영기업 직원들처럼 정리해고를 당했다. 하지만 전화위복으로 명문인 우한대학, 중산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교편을 잡게 됐다.
그는 자신이 가르친 80허우, 90허우 학생들과 함께하며 정리한 일종의 구술사 기록과, 작문 지도 등을 통해 이해한 그들의 구체적 인생 경험을 낱낱이 소개한다. 여기에 자신이 속한 70허우 대학 동기들 이야기를 더하면, 개혁·개방 이후 지난 40여년간 중국 청년세대의 경험이 인공위성에서 내려다본 굽이치는 장강처럼 조망된다.
70허우는 농촌 출신으로 ‘개천의 용이 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엘리트 고등교육 세대였다. 80허우는 졸업과 동시에 도시에서의 주택 구매가 중산층 진입 여부를 가르게 된 희비극의 세대였다. 90허우는 이미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을 감당할 수도 없고, 좋은 직장을 구하기도 힘들어진 탓인지, 늘 성적에 조바심하면서도, 조금만 수업이 재미없다고 느끼면 무심하게 스마트폰으로 고개를 떨구는 단절된 세대이다. 마치 한국의 50허우부터 90허우의 서사가 압축돼 있는 듯하다. 그래서 90허우 청년들의 곤경은 이미 동시대적이다.
다시, 급강하해, 호명된 그의 학생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빠져들면, 잔물결에 부서지는 기포 소리마저 생생하다. 2020년 여름 발간 직후 화제가 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14억의 무게와 5000년 역사의 지층에 눌린 중국 보통 청년들에게 그들의 목소리를 허한 것이다. 황덩의 문학사 수업에 참여한 덕에, 자신이 속한 시대와 삶의 언어를 연결하는 마법을 발견한 한 90허우 학생이 말한다. “현재 중국 사회를 둘러보면, GDP 2위 강대국으로 굴기한 것이 자랑스럽긴 하죠. 하지만, 시대를 거슬러 보면, 하나뿐인 나의 삶의 이야기가 어디에 놓이는지를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또 다른 절반의 서사인 농민공 청년들의 목소리가 아쉽다면 그의 2016년작 <대지의 친족들(大地的親人)>을 추천한다.
김유익 재중문화교류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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