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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아스트라 백신 수출 제한…접종 지연 EU, '보호주의' 드러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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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자국 생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5만회분 수출 제한

WHO, "EU 백신 보호주의, 전세계 백신 공급망에 악영향"

아시아경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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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이탈리아가 자국내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일부에 대해 수출을 제한했다. 백신 접종률이 목표치보다 뒤처지고 있는 유럽연합(EU)이 '백신 보호주의'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가디언지에 따르면 이탈리아가 호주로 수출할 예정이었던 25만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수출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이날 내렸다. 이는 지난 1월 EU가 회원국내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을 역외로 수출할 때 EU의 승인을 받도록 하게 한 '투명성' 제도를 실시한 이후 나온 첫 수출 제한 조치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EU와 이탈리아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이 지연되고 있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외무부에 따르면 자국 정부가 EU에 수출 제한 방침을 사전 통보했다고 가디언지는 전했다. 사실상 EU가 이탈리아의 백신 수출 제한을 승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최근 백신 접종이 늦어지고 있는 EU가 '백신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EU는 회원국 국민의 8%만이 접종을 받은 상태며 이는 미국(24.3%)과 영국(32.3%)의 접종률 보다 상당히 뒤처진 상태다.


앞서 EU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공급을 놓고도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일방적으로 1분기 백신 공급량을 60% 줄인다고 EU에 통보하자 이에 EU는 자국내 생산 백신의 수출 제한도 가능케 하는 투명성 조치를 시행했다.


EU는 이후 아스트라제네카와 협의를 거쳐 900만회분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총 공급량이 최초 계약된 공급량보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주 기준으로 당초 계획보다 최고 15%가량 적게 공급받고 있다고 가디언지는 전했다.


이에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최근 EU 정상회의에서 "EU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수출 제한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EU 국가 외교관은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EU와의 계약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며 "아직도 아스트라제네카가 공급하기로 한 백신이 1분기 기준으로 당초 계획보다 6000만회분 적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공급량 지연에 대한 대책으로 EU가 투명성 제도를 시행한 이후 첫 수출 제한 조치가 나오면서 코로나19 백신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독일 제약회사 큐어백의 프란츠 베르너 하스 최고경영자(CEO)는 "EU의 수출 제한 조치로 임상시험을 위한 백신 샘플도 공급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며 "이는 전세계의 백신 개발 노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EU의 투명성 제도는 백신 보호주의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전세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세계 모든 국가의 신속한 백신 접종이 중요한 시점에서 EU가 발목을 잡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EU 회원국내에는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해 모더나, 얀센, 화이자 백신 생산 시설이 위치해 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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