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과연 당면한 주요 선거인 서울시장 선거와 내년 봄 대통령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을까? 자당 후보를 뽑기는 하겠지만 과연 본선에 나갈 수는 있을까? 본선에 출정은 하더라도 조기에 판을 떠나는 일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오세훈 전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놓기는 했다. 그러나 오 전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뒤진다.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패배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물론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 스코어상 후보 단일화 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시장 후보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게 가실이다. 국민의힘은 본선 후보를 못 내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차기 대선은 또 어떤가? 국민의힘 소속의 잠룡들은 사실상 국민들 관심 밖이다. 지난 1~3일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의원은 차기 대선 지지율이 각각 2%에 불과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였다. 반면 여권의 이재명 경기지사는 27%,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의 지지를 얻었다. 압도적 격차다. 대선까지 불과 1년 남았다. 현재 국민의힘 잠룡들이 이런 지지율을 극복하고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매우 의심스럽다.
결국 국민의힘은 야권의 대선 후보 단일화를 거치면서 제3지대에 후보를 내줄 가능성이 상당하다. 어제 검찰총장에서 전격 사퇴한 '천생 검사 윤석열'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여론조사에서 그에 대한 지지도는 9%로 국민의힘 잠룡들보다 훨씬 높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장 앞에서 사퇴 뜻을 밝히는 도중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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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지금 처지가 된 '정권 견제자'로서 기능을 상실한 탓이 크다. 견제자 역할은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임명한 윤석열, 감사원장에 임명한 최재형이 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권력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로 정권을 견제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대통령 공약 사항인 원전 감사를 했다. 공약 이행 역시 적법절차를 벗어나면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걸 보여주었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현 정권의 주요 고비마다 '견제자'로서 역할이 부각됐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수사했다. 정권의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의혹도 수사했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의혹도 수사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부각될수록 국민의힘은 '정권 견제자'로서 존재감을 잃었다. '말'로 여당의 잘못을 비판하는 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1명보다 못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정권을 견제하지 못하는 야당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현재 국민의힘 잠룡들의 낮은 지지율은 그 결과일 뿐이다.
어떤 이들은 '윤석열 전 총장 같은 야권의 대표적 잠룡들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을 완주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굳이 입당해 남의 텃밭에서 힘든 싸움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제3지대에 머물러 단일화에 성공하면 중도 표도 흡수할 수 있다. 게다가 지금 국민의힘 잠룡들의 지지율은 매우 낮다. 그들 중 한 명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결정된 뒤에 1 대 1로 겨뤄 단일화를 이뤄내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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