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 2019년 8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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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 이후 은거하던 황교안 전 대표가 정계복귀를 시사했다. 정권에 맞서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한 날 메시지를 던졌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한 달, 대선을 1년 남겨둔 시점에서 대권 판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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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이렇게 넋 놓고 있어선 안된다" 행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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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전 대표는 4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스스로 다짐했다 '나라로부터 큰 혜택을 받은 내가 이렇게 넋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보잘 것 없는 힘이지만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황 전 대표의 페이스북 메시지는 제21대 총선이 치러졌던 지난해 4월 15일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오랜 침묵을 깬 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여당이 강행 처리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10일이었다. 황 전 대표는 "참고 참았다.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르는 심정으로 버텼다. 그러나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글로 저항의 뜻을 전한다"고 분개했다.
3개월 뒤 검사 후배인 윤 총장이 사표를 던지자 이번에는 일제 치하 저항시인 이육사 선생의 시 등을 인용해 보다 더 직접적인 행동을 예고한 셈이다.
공교롭게 윤 총장의 사퇴 날 정계복귀 암시를 올린 것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자신의 분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출신인 황 전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소위 '검찰개혁'을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했다. 현 정권의 검찰개혁을 '헌법파괴'라고 규정한 윤 총장과 같은 인식이다. 황 전 대표는 지난해 초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본격화되자 '추미애 특검'을 주장하며 제1야당을 이끌었다.
황 대표는 이날 경북 안동 이육사 문학관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이육사 선생의 대표 시 '광야'를 올리면서 "이육사 선생이 ‘선조가 피로써 찾고 지켰던 대한민국에서, 너희들은 진정 주인인가’ 하고 묻는 것 같다. 부끄럽게도 할 말이 없다"며 "일부 도적들이 주권을 찬탈하고 국민을 노예로 만들려 하고 있다. ‘국민공복의 굴종’, ‘국민의 경제적 궁핍’, ‘젊은이들의 미래포기’를 강요하며 대한민국을 좀먹는 무리들"이라고 적었다.
이어 "육사선생의 형님뻘로 같은 마을에서 자란 독립운동가 이원영 목사님 생가에도 다녀왔다. 그곳에서 ‘너희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다시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는 성경말씀이 떠올랐다"며 "이육사 선생 같은 초인은 아닐지라도 작은 힘이지만 보태야겠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 1운동 정신을 받들어 그들로부터 국민주권을 회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해 4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입장을 발표 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황 대표는 '총선 결과 책임, 모든 당직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2020.4.16/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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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보궐선거, '백의종군 지원유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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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지난해 총선 당일 밤 대패가 기정사실로 되자 즉시 대표직을 사퇴하고 사실상 정계를 떠났다. 이후 정치권 인사들과 가끔 식사자리 등을 가지며 교류는 이어왔지만 공식 행사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잠행을 이어왔다.
하지만 자신을 보좌했던 김우석 전 상근특보와 인터뷰 형식의 대담집 '나는 죄인입니다'를 최근 펴내는 등 외부 활동에 기지개를 펴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계 복귀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황 대표가 당장 전면에 나서서 어떤 역할을 맡기는 쉽지 않다. 본인 역시 줄곧 백의종군의 뜻을 밝혀온 만큼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작은 힘을 보태는' 일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 관계자는 "4월 보궐선거에서 지원유세 등으로 보수권을 결집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보궐선거를 전후로 몸을 풀면서 이후 펼쳐질지도 모르는 정계개편 상황에서 모종의 역할을 고심할 수 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황 대표는 지난 총선 패배의 책임에서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2019년만 해도 대선주자 지지율 1위였다는 점에서 영향력 자체는 무시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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