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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LH직원만 투기했겠나…정부도 못믿겠다” 민심 부글부글 [LH 투기의혹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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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흥 LH직원 투기의혹 현장 가보니

“갑자기 논을 갈아엎고 나무 심나 했더니만…”

“결국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 불신감 팽배

“여기는 생계가 달린 일터…개발 멈춰달라”

신뢰도 흔들…일부선 3기신도시 철회 주장

헤럴드경제

LH직원이 투기한 것으로 알려진 2040여평 부지. 인근 땅들은 모두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거나, 고물상, 야적장, 공장부지등으로 활용이 되고 있지만 이곳은 관리자 없이 더 많은 토지보상을 노린 묘목만 심겨져 있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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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이 (땅 투기) 했으면 정부 공무원들도 했겠지. 돈 되는 땅인데 가족이고 친척이고 사돈 팔촌 다 샀겠지.”(시흥시 과림동 내 영세공장 사장)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H 직원 13명이 광명시흥지구의 3기 신도시 지정 발표 이전에 지역 내 12개 필지를 취득한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정부는 광명시흥을 포함한 3기 신도시 전체에 대해 국토부 등 공공기관 직원 및 가족에 대한 토지거래현황 등을 즉시 전수조사하겠다고 3일 밝혔다. 하지만 이미 현장 민심은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다…뭘 믿고 조사 맡기나”= 3일 오후 LH 직원이 샀다는 시흥시 과림동 내의 땅 2필지에 직접 찾아가봤다. 어른 허리까지 오는 높이의 묘목이 2000여평에 촘촘하게 심어져 있었다.

지난해 봄 이 묘목을 심는 장면을 직접 봤다는 이 지역 주민 A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왜 갑자기 논을 갈아엎고 나무를 심나 했는데 LH직원이 산 땅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언급했다.

그는 “제가 차라리 작물을 심지 수확도 안 되는 나무를 뭐하러 심냐고 참견했었는데 참 바보같았다”며 “우리는 하루하루 벌어서 겨우 사는데 공무원들이 미리 정보를 알아서 땅을 사놓는 건 정말 나쁜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영업을 해온 B공인 대표는 “이 주변에서 최근 거래된 땅의 토지대장을 떼어 보면 새 땅주인들이 지방에 거주하는 30대, 40대가 많다”며 “지방 사는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왜 땅을 살까 궁금했는데 이제보니 여기도 다 조사해봐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여기가 생계달린 직장…개발 멈춰달라”= 투기의혹이 불거지면서 광명시흥지구의 3기 신도시 지정 자체를 원천무효화 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C공장 사장은 “여기를 수용해버리면 생계가 직결된 사업터를 잃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적장을 운영하는 D씨도 “여기에 있는 공장, 고물상, 야적장 하는 사람들은 땅주인이 아니라 전부 임대료를 내고 있는 서민들”이라며 “백 명한테 물으면 백 명이 다 개발에 반대한다고 대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땅 주인들도 월세를 받으면서 이대로 갔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있고, 여기서 보상받고 다른 데 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나뉘어서 이해관계가 아주 복잡하다”고 전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와 주민들에 따르면 이 대책위 내부에서도 수용방식과 환지방식을 두고 다투고 있다.

환지방식은 돈으로 보상하는 수용방식과 달리 토지가 수용된 토지주에게 개발구역 내 조성된 땅(환지)을 주는 방법을 말한다.

사업주체인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3기 신도시가 예정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주민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과림동의 한 주민은 “대로변에 신축건물 많아졌는데 시에서 한번도 짓는 것을 제지하지 않았다”며 “이 곳에 공장, 고물상들이 1만 여개에 달하는데 보상작업부터 부닥칠게 뻔하다”고 말했다.

▶하남 교산 주민들도 반발=이번 의혹으로 3기 신도시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3기 신도시 중 수요자의 선호가 가장 높은 하남 교산지구에선 전수조사가 끝날 때까지 토지보상 일정을 중지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남교산지구 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LH 측과 만나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기 전까지 관련 일정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관계자는 “광명시흥 신도시에서 투기 의혹이 터졌는데 우리라고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상황이 전면 재검토와 같은 극단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정부가 주민 반대의 명분을 줬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남 교산지구의 경우 최근 이주대책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지장물 조사 일정이 일방적으로 정해지면서 갈등이 고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LH 측은 향후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예정지에서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 의혹이 공급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LH는 현재 하남 교산과 인천 계양, 남양주 왕숙에 대한 토지보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상반기 고양 창릉, 부천 대장에 대한 토지보상공고를 낼 예정이다. 남양주 왕숙지구는 대토보상과 관련해 감정평가를 진행 중인데 주민과 LH 간의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경·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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