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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궁궐에 걸린 현판의 숨은 이야기…'조선왕실의 현판Ⅰ'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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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도록 조선왕실의 현판Ⅰ.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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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슬빈 기자 =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 시대 궁궐에 걸렸던 현판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수록한 '조선왕실의 현판Ⅰ'을 발간했다고 4일 밝혔다.

'조선왕실의 현판Ⅰ'은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경복궁 현판 184점, 창덕궁 현판 91점, 창경궁 현판 44점, 경희궁 현판 41점, 덕수궁 현판 25점과 참고도판(13점) 등을 권역별로 세분화해 조사했다. 또한 현판이 본래 걸려 있었던 건물을 추적한 결과도 같이 수록했다.

조선 시대 궁궐은 국가 운영의 공간이자 왕실의 생활 터전으로 유교 통치 이념과 오행사상, 풍수지리를 반영하여 세워졌다. 궁궐의 여러 전각과 당(堂), 문(門), 루(樓) 등의 건물에는 그 성격과 기능에 따라 좋은 글귀를 따서 이름을 짓고 현판으로 만들어 걸어 간판과 같은 역할을 했다.

이 밖에도 현판에는 국왕의 선현에 대한 추모, 신하들이나 후손들에게 내린 지침이나 감회를 읊은 시를 비롯하여 조선의 국가 이념과 왕실에서 추구했던 가치관이 담긴 글이 함축적으로 표현돼 있다.

더불어 현판은 선조, 숙종, 영조, 정조, 고종 등 왕이 쓴 글씨와 당대 최고 명필가의 글씨를 받아 장인들이 정교하게 새겼고, 화려한 문양과 조각으로 장식했다. 특히 왕과 왕세자의 글과 글씨는 120여점에 달하는데, 그중 영조는 오랜 재위만큼 50점에 달하는 가장 많은 어제(왕이 지은 글)와 어필(왕이 쓴 글씨) 현판을 남긴 왕이기도 하다.

어필과 예필 현판은 작은 글씨로 어필, 예필(왕세자가 쓴 글씨)이라고 새겨 존귀한 글씨임을 나타내었고, 봉황, 칠보, 꽃문양 등을 섬세하게 그린 테두리를 둘러 격을 높였다. 또한, '사롱'이라는 직물로 덮거나 여닫이문을 달아 왕의 글과 글씨로 된 현판을 보호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판은 건축과 서예, 공예가 접목된 기록물이자 종합 예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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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문루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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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화문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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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소장 현판 770점은 지난 2018년에 '조선왕조 궁중현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등재돼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현판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궁궐의 여러 전각이 훼철되면서 철거돼, 별도로 모아 관리된 것으로, 원래 걸었던 전각의 위치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다.

도록에서는 현판 뒷면에 원래 걸렸던 위치가 적혀 있는 묵서(墨書)와 '경복궁배치도', '북궐도형', '동궐도', '서궐도안' 등의 도면과 회화, 유리건판, 사진 등의 시각자료를 비교하여 본래 현판이 걸려 있었던 궁궐과 건물을 추적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이번에 발간한 책자는 이러한 결과를 궁궐별로 도면에 표시해 현판의 게시 장소를 명확히 했고, 현판에 담긴 다양한 내용을 풀이하여 종합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궁궐 현판 중에서 시기가 확인되는 가장 오래된 것은 창덕궁 홍문관에 걸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1652년(효종 3) 이정영(李正英, 1616~1686년)이 쓴 '옥당 현판'이다. 가장 늦은 시기에 제작된 것은 1904년(광무 6) 덕수궁 화재 이후 제작된 20세기 초 덕수궁에 걸었던 현판들이다.

아울러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 도록에서 경복궁 근정전 권역의 융문루(隆文樓), 융무루(隆武樓) 같은 현판들의 원래 위치와 덕수궁의 정문이었던 '인화문(仁化門) 현판'이 본래 걸려 있던 모습 등을 새롭게 확인했다.

한편 국립고궁박물관은 올해 종묘, 능원묘, 수원 화성 등에 걸었던 현판도 중점적으로 조사 연구하고, 안료 분석 자료, 사롱 분석 결과 등을 수록한'조선왕실의 현판Ⅱ'를 오는 12월 발간해 더 많은 현판을 더 폭넓게 국민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에 발간한 도록은 국공립 도서관과 박물관과 문화재청 및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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