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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서 또 무차별 발포 "18명 사망"···'피의 일요일'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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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경, 쿠데타 반대 시위대 경고 없이 총격…사흘 만에 ‘참극’

시민단체·활동가들 “대학살”…쿠데타 후 사망자 30명 넘어

아세안 ‘수지 석방’ 등 합의 실패…군부 강경 진압 재개한 듯

[경향신문]

미얀마 군경이 3일 쿠데타 반대 시위대에 무차별 사격을 가해 최소 18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얀마 전역에서 경찰의 무차별 실탄 발포로 최소 18명이 숨진 ‘피의 일요일’ 상황이 사흘 만에 재연된 것이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전날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긴급 회의를 열었지만,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데 실패했다.

로이터통신은 미얀마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 관계자가 트위터에 “군이 지금까지 최소 18명을 죽였다”고 적은 메시지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AAPP는 “많은 부상자가 있고 일부는 심각한 상태”라며 “사망자 수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 청년 활동가는 로이터통신에 “이것은 대학살”이라며 “어떤 말로도 그 상황을 표현할 수 없다”고 전했다. 지난달 1일 쿠데타 발생 후 이날까지 30명 이상의 시민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모니와시에서는 최소 7명이 숨지고 최소 30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에는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지안시에서 열린 시위 참가자도 “군경이 최루탄 가스를 쏘며 우리를 향해 행군해 왔다. 이어 해산을 시키기 위한 경고 사격도 없이 바로 총을 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곳에서는 10대 소년 한 명이 총탄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만달레이에서도 머리와 가슴에 총을 맞아 2명이 숨지고, 양곤과 피칸에서도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 양곤 대주교인 마웅 보 추기경은 트위터에 “지금 미얀마의 주요 도시들은 마치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의 베이징을 보는 듯하다”는 글을 올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수요 일반 알현 말미에 미얀마 사태를 언급하며 “억압보다 대화가, 불화보다는 화합이 우선한다. 미얀마 국민의 염원이 폭력으로 꺾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군경은 시위대를 대규모로 체포하고 있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이날 양곤에서 체포된 시위 참가자만 300명에 달한다. 미얀마 현지 언론 및 AP통신 기자까지 체포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머리에 손을 올린 청년들이 군경의 트럭에 빼곡히 실리고 있는 영상과 앰뷸런스에서 내린 구급요원들을 군경이 마구 구타하는 동영상도 널리 퍼졌다.

미얀마 군부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거두지 않는 것은 전날 아세안이 단합된 의견을 도출하는 데 실패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은 전날 밤 외교장관 회의를 열었지만,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등의 석방을 요구하는 데 찬성한 회원국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4개국에 그쳤다.

경향신문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3일 군경이 실탄을 발포하자 쿠데타 반대 시위 참가자들이 총격을 피하기 위해 바닥에 엎드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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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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