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독극물 테러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18일 만에 깨어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오른쪽 둘째)가 인스타그램에서 건재를 과시했다. 그는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병원병상에 앉아 부인 율리아(오른쪽), 두 딸과 함께 한 사진을 올렸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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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나발니 독살 시도와 구금에 연루된 러시아인 7명과 관련 기관들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에는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과 국무부, 상무부가 참여한다.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 국장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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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제재 대상은 미국의 중앙정보국 격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국장, 이고리 크라스노프 검찰총장, 안드레이 야린 러시아 대통령 정책실장, 세르게이 키리옌코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 제1부실장, 알렉산드르 칼라시니코프 연방 교정국 책임자, 국방차관 2명 등이다.
이고리 크라스노프 검찰총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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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는 "키리옌코와 야린은 나발니를 무력화하기 위한 현 정권의 총체적 노력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세르게이 키리옌코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 제1부실장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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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러시아 제27호 과학센터, 제33호 과학시험연구소, 국가유기화학기술연구소 등 과학 기관 3곳과 연방 보안국 등 보안기관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제재 대상과 관련된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이들과의 거래는 기소 대상이 된다.
이와 별도로 미 상무부는 러시아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과 화학무기 활동을 지원하는 14개 기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국무부도 러시아를 방위 물품·서비스 수출 거부 대상국에 추가했다. 러시아에 대한 금융 지원과 신용 보증 거부도 포함된다. 국무부는 "제재는 최소 12개월간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제재에 나선 건 나발니 독살 시도의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다는 정보당국의 결론에 따른 것이다. WP는 "이번 제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보다 러시아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예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2일 AP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도 나발니 사건과 관련, 러시아 고위 관리 4명을 정식 제재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EU 내 자산이 동결되고 입국도 금지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권위주의 심화에 대한 EU의 우려를 공유하며 제재를 부과한 EU의 결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EU의 제재에 러시아는 보복을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제재안은 말도 안 되는 구실로 '반(反)러시아 공격'을 감행한 것"이라며 "불장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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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로바 대변인은 이어 "백악관은 또다시 '외부의 적' 이미지를 조작해내려고 한다"면서 "향후 러시아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보복조치할 것이며, 국가 이익을 방어하는 데 결연히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나발니는 지난해 러시아 항공편으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뒤 독일로 이송됐다. 나발니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뒤 사건 배후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목했다. 이어 1월 러시아로 귀국했으나 체포된 뒤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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