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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유럽 백신 전략 분열…미승인 중·러 백신 주문도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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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은 이데올로기 아니다…EU 통합 전략 명백히 실패"

뉴스1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청사 전경. © 로이터=뉴스1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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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유럽연합(EU)의 통합 백신전략이 분열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의 느린 사용 승인 심사 절차, 공급 지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과성을 두고 벌어진 논란 등 혼란이 계속되자 개별 국가 단위로 각개전투에 나선 것이다.

아직 EU내 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러시아와 중국 백신에 대해서도 개별국가 간 주문의뢰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외교장관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오는 4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백신 추가 생산 및 새로운 변이에 대응할 백신 개발 협력을 추진한다.

오스트리아는 EU의 통합 백신전략과 유럽연합의약품안전청(EMA)이 접종 지연을 야기한다며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까지 4억4700만 EU 인구 중 1회차라도 백신을 맞은 것으로 추산되는 비중은 5.5%에 그친다.

승인 절차도 늦다. 현재까지 EMA가 승인한 백신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로 3종 뿐인데 개별 국가 접종 시 각국 의약품규제당국이 다시 사용 승인을 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쿠르츠 장관은 "EMA의 사용 승인 절차는 너무 느리다"며 "변이가 확산하고 그에 맞춘 차세대 백신이 나오는데 더이상 EU에만 의존할 수 없다" 고 말했다.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유럽의 백신 노력은 더이상 (EU) 독자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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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이 2021년 3월 1일 슬로바키아에 도착했다. 슬로바키아는 헝가리에 이어 스푸트니크 백신을 승인한 두 번째 유럽연합(EU) 국가가 됐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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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 측에 개별 주문 의뢰도 이어지고 있다. 슬로바키아는 지난 1일 헝가리에 이어 두 번째로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을 긴급 사용 승인하고 200만 회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 지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EMA는 아직 스푸트니크 백신을 승인하지 않았다.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측은 "슬로바키아의 승인은 러시아 임상 결과와 슬로바키아 전문가 평가 등에 기초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키릴 드미트리프 RDIF 대표는 "많은 유럽 국가들로부터 스푸트니크 직접 주문 의뢰를 받고 있다"며 "지난 1월 시작한 EMA의 신속 검토절차인 '롤링리뷰(rolling review)'에 협조하겠다"고 전했다.

EU 회원국 최초로 스푸트니크 백신을 개별 승인한 헝가리는 중국 시노팜 백신도 도입해 접종에 들어간 상태다.

졸탄 코바치 헝가리 국무부 장관은 CNN에 "백신 접종은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효과성과 신뢰성의 문제"라며 "중국과 러시아 백신 모두 세계 각지에서 사용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코바치 장관은 "EU의 통합 백신 전략은 영국, 이스라엘, 미국의 전략과 비교하면 명확히 실패했다"며 "EU의 관료제 문제로 백신 구매 계약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했고 우리나라는 두 달이나 뒤처졌다"고 했다. 헝가리는 유럽내 '아웃사이더' 국가로 종종 인권 정책 등에 있어 EU와 대립해왔다.

백신 공급이 늦어진 체코도 러시아와 개별 접촉하고 있다.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CNN에 "국내 규제당국의 승인이 이뤄지면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에 들어갈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공급을 요청했고, 받아들여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제만 대통령은 "누군가 우리에게 러시아와 중국 백신 사용에 대해 경고한다면, '백신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EU의 통합 백신 전략 분열은 공급 지연 문제에 더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과성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65세 미만에게만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고령층 효과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후 프랑스는 75세 이상까지 사용연령을 확대키로 했지만 이미 앞선 논란으로 백신 접종 속도는 지연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U 지도자들은 현재 백신 공급을 다시 정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찰스 미셸 유럽이사회 의장은 "우리의 우선 순위는 백신 생산과 공급, EU 전역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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