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길어지는 코로나 늦어지는 백신…EU 내부분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머니투데이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왼쪽)과 쿠르츠 오스트리아총리 /사진=AFP 및 AP=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긴 병엔 장사없다"는 말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의 장기화와 백신 부족에 유럽연합(EU)에 금이 가고 있다. EU 차원의 코로나19 백신 공급 속도가 더디자 유럽 각국이 개별 계약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부진한 EU 백신 접종 전략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나라들이 각자도생을 선택하면서 내부분열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덴마크, 공급 속도 '불만' 자체 계약 나서

오스트리아와 덴마크는 전세계 접종률 1위인 EU 밖 국가 이스라엘과 개별적인 '백신 동맹'을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기준 이스라엘 전체 인구(930만명)의 50%가 넘는 468만명이 1차 접종을 마쳤고, 35% 이상인 332만명은 2차 접종까지 마쳤다. 반면 EU의 백신 접종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다.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말 기준 EU에 배송된 백신은 5150만회분으로 이중 2917만회분만 접종됐다고 밝혔다. EU 시민 중 1차 접종을 끝낸 비율은 5%,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친 비율은 2.4%에 불과하다.

결국 EU 각국이 팔을 걷어붙였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와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번주 중 예루살렘을 찾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다. 소식통은 FT에 "논의의 핵심은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생산을 위한 국내 생산시설 건설"이라고 말했다.

3개국은 이미 자국 내 위탁생산 공장을 만들기 위해 제약사인 화이자·모더나와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소식통은 "오스트리아는 이미 백신 생산을 위한 적합한 장소 마련까지 끝냈다"며 "계획이 잘 진행돼가고 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계획대로라면 향후 6개월~1년 안에 3600만회분의 백신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세 나라 총리가 백신 비축량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잉여 백신 공급량을 공유하는 것은 민감한 주제"라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선진국의 백신 싹쓸이를 지적하며 개발도상국에 남는 백신을 나눠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선진국들 역시 불안감에 백신을 나누기는커녕 되레 구입을 늘리고 있다. 영국과 미국은 WHO가 주도하는 국제 백신지원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퍼실리티가 제의한 백신 기부를 거절했다.

머니투데이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 병원에서 수간호사 알리샤 자쿠보브스카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으며 엄지 척을 하고 있다./사진=[바르샤바=신화/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너지는 EU 신뢰…승인 안된 백신까지 쓰면서 '각자도생'

문제는 EU 소속 국가들의 개별행동이 EU집행위원회 차원의 공동 백신 조달 시스템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또 같은 EU 내에서도 프랑스와 독일 같은 경제대국과 그렇지 못한 나라들 사이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FT는 "부족한 백신에 공급량을 늘리려는 EU 회원국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일부 나라들은 EU에서 아직 승인되지도 않은 백신까지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오스트리아, 덴마크의 백신 자체 공급 계획을 짜는 사이 폴란드는 중국산 시노팜 백신을 공급받기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슬로바키아와 체코는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를 구입하기로 합의했고, 체코는 이번주 안에 스푸트니크V 사용을 승인할 계획이다. 헝가리는 이미 러시아와 중국산 백신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시노팜과 스푸트니크V는 아직 유럽의약품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한편 오스트리아와 덴마크는 EU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꺼리면서도 이번 '백신 동맹' 결정이 자국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스라엘, 오스트리아와의 이번 백신동맹 논의가 EU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면서도 "백신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단독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 한번의 예방접종이 아니라 1년에 한번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이것이 우리가 백신 생산을 급격히 늘려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오스트리아 정부 관계자 역시 쿠르츠 총리가 EU의 백신 확보 방식에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원래부터 긴밀한 관계였던 이스라엘과 협력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