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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15조 원 규모로 편성하면서 국채를 10조 원 가까이 더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연말 기준 국가 채무 전망치는 965조 9천억 원까지 늘어나게 됐습니다.
올해 추경이 몇 차례 더 편성된다면 '나랏빚 1천조 원 시대'가 연내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추경 편성은 불가피한 조치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가 채무의 급격한 증가 속도는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가 오늘(2일)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한 총 19조 5천억 원 규모의 맞춤형 코로나19 피해 지원대책 중 15조 원 규모의 추경은 지출 기준으로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경(23조 7천억 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추경(17조 2천억 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슈퍼 추경' 15조 원 중 9조 9천억 원은 국채를 발행해 마련합니다.
나머지 5조 1천억 원은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농특)·환경개선특별회계(환특)·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에특) 세계 잉여금 2조 6천억 원과 한국은행 잉여금 8천억 원, 기금 재원 1조 7천억 원으로 충당합니다.
이 중 농특회계의 경우 증권 거래 시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로 구성되는데, 지난해 주식시장 활황으로 세금이 많이 걷히면서 여유 재원이 생긴 것으로 분석됩니다.
정부는 지난해 정부안 기준으로 2차 추경 7조 6천억 원 중 6조 4천억 원을, 3차 추경 23조 9천억 원 중 10조 1천억 원을 각각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1분기 '벚꽃 추경'으로 편성된 이번 추경에서는 지출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본예산 재량 지출 대부분이 시급한 경기 회복이나 한국판 뉴딜 등 미래 대비 투자를 위해 긴급한 소요로 구성돼 있다"며 "중반기 정도 가야 집행이 부진하거나 성과가 미흡한 사업에 대해 지출 구조조정의 여지를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추가 지출 구조조정 여지는 적다"고 말했습니다.
9조 9천억 원 국채 발행은 고스란히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본예산 때 956조 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이번 추경으로 965조 9천억 원까지 늘게 됐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본예산의 47.3%에서 0.9%포인트 늘어 48.2%로 상승합니다.
추경으로 0.5%포인트가 올라갔고 올해 GDP 전망치 하향을 반영해 0.4%포인트가 더 상승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21∼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올해 추경 국가 채무까지 합산하면 내년 나랏빚이 1천91조 2천억 원까지 증가하고 2023년엔 1천217조 2천억 원, 2024년엔 1천347조 9천억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추경이 여러 차례 편성된다면 국가 채무가 1천조 원까지 불어나는 시점이 올해 안에 도래할 수 있습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현실화하면 이런 가능성은 더 커집니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본예산에서 805조 2천억 원으로 제시됐으나 네 차례 추경을 거치며 846조 9천억 원까지 총 41조 7천억 원 증가했습니다.
2019년 본예산(740조 8천억 원)과 비교하면 96조 1천억 원이 늘었습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도 "올해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대략 52∼53%로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는 올해 늘어나는 국가 채무가 100조 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추경으로 통합재정수지 적자도 본예산의 75조 4천억 원에서 14조 2천억 원 늘어난 89조 6천억 원이 됐습니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빼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126조 원으로 본예산보다 13조5천억 원 확대됐습니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은 6.3%입니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국제 비교를 하면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아직은 양호한 수준"이라면서도 "다만 여러 재정 정책 여건을 고려할 때 (국가 채무) 증가 속도는 빠른 측면이 있어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채 발행 증가로 금융시장도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최 심의관은 이에 대해 "글로벌 경제 상황과 국채 수요 여건을 감안할 때 정부는 (국채 물량이) 시장에서 원활하게 소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국내외 금리 상승세가 지속하는 만큼 안정적인 시장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인식은 하고 있다"며 "향후 시장 변동성 확대 등에 대해 적기에 시장 안정조치를 시행할 계획이고 시기별, 연물별 발행량을 분산해 변동성을 최소화하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염명배 충남대 교수는 "올해 추경을 더 하게 되면 국가 채무 1천조 원을 돌파하게 될 것이다.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정부가 바뀌더라도 이미 생긴 빚은 국민이 결국 다 갚아야 한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내일 생각은 하지 말고 일단 쓰자'는 기조인 것 같아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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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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