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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공수처에서 수사받게 해달라"는 이성윤,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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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스1 DB)2021.2.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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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연루된 현직 검사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적으로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법조계에서는 '수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26일 수원지검의 세번째 소환에 불응하고 서면 진술서를 우편으로 제출했다. 이 지검장은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이번 사건 자체를 공수처로 넘겨야 한다고 했다.

이규원 검사 역시 최근 수원지검에 소환돼 받은 조사에서 "빨리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 검사는 2019년 3월 출금 요청 서류들을 위조해 김 전 차관을 불법 출금한 혐의를 받는다.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때인 같은 해 6월 이 검사를 수사하려던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외압을 가해 막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법 '이첩' 규정 있긴 한데…아직 출발도 못한 공수처에 이첩을?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 법적으로 보면 현직 검사가 연루된 이 사건은 공수처 이첩 대상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대검과 공수처간 실무 논의가 끝나지 않았다. 대검과 공수처는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시점'을 언제로 할지를 두고 조율 중이다. 혐의를 발견한 시점이 기소 시점이라는 의견도 있어 검사 범죄라고 무조건 이첩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여기에 공수처는 아직까지 수사 검사 채용을 진행 중이다. 빨라야 4월에야 수사팀을 구성하고 사건 검토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되면 한달 넘게 사건 수사는 정지된다.


공수처 이첩 주장은 결국 시간끌기? 이성윤 노리는 것은

이 지검장 등의 공수처 이첩 주장이 시간끌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공수처 검사나 수사관 인선을 마무리하는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때까지 수사를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되면 사건 검토까지 새로 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가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이 사실을 잘 아는 이 지검장 등이 공수처 이첩을 주장하는 이유는 뻔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친여 성향의 공수처가 검찰보다 나을 것이라는 판단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에 연루된 검사들 모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중용했던 사람들"이라며 "친여 검사인 만큼 공수처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수사팀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욱 공수처의 선택은


이같은 상황에서 공수처가 공수처법을 근거로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을 넘겨받을 경우 '피의자들의 시간 끌기를 도왔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 있다. 공수처 1호 사건이라는 상징성 역시 공수처가 이 사건을 쉽게 넘겨받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실어준다.

김진욱 공수처장 역시 관련 질문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김 처장은 지난 25일 관훈포럼 토론회에서 사건 이첩에 대해 "검찰에서 이첩받는 기준은 수사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을 보고 공수처장이 가져오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보는 경우에 사건을 이첩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 법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또 "공정성 논란이 있는 경우에는 수사가 많이 진행됐어도 (사건을) 가져오라는 취지인 것 같다"고 했다. 검찰 수사 공정성이 없다면 사건을 넘겨받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공수처에 해당 사건을 이첩하고 다시 돌려 받는 절차를 밟아 논란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공수처법 24조 3항은 ‘처장은 피의자와 피해자, 사건의 규모와 내용 등에 비춰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는 해당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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