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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친환경” “사회적 가치” 날개 달고 유니콘 꿈꾸는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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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열풍 스타트업에도

비대면 세탁서비스 ‘런드리고’

여러번 쓰는 빨래수거함 도입

주문 쌓일수록 비용절감+친환경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유통기한 임박 상품 할인정보로

알뜰구매 돕고 자원낭비도 차단

면도기 구독서비스 ‘와이즐리’

직접 판매로 마케팅·유통 거품 빼

구매 주기 늘려 쓰레기 줄이기도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도 고민

“창업 때부터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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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업계 가장 중요한 화두는 ‘이에스지(ESG) 경영’이다. 친환경, 사회적 가치, 투명한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경영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이에스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들에게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평가기관들도 세계 주요 기업의 이에스지 등급을 평가해 공개한다. 주요 대기업들이 앞다퉈 이에스지 경영 도입을 선언하는 배경이다. 사업의 첫발을 뗀 스타트업도 이런 흐름에서 비켜갈 수 없다. 스타트업은 재원과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지만, 일상이나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문제의식에서 사업을 시작한 까닭에 사업모델을 짜는 단계에서부터 이에스지 경영을 내재화하는 경우도 있다.

쓰레기 없는 빨래 배송 고민하다 나온 ‘런드리고’의 ‘런드렛’ - E(환경)


“빨래 배송할 때 나오는 포장 쓰레기를 어떻게 줄일까?” 지난 2019년 3월 비대면 세탁서비스 ‘런드리고’ 출시를 준비하면서 조성우(40) 의식주컴퍼니 대표가 가장 고민했던 문제다. 이런 고민은 그가 우아한형제들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배민프레시’를 운영했던 경험에서 출발했다. 조 대표는 “신선식품 배송에는 스티로폼 박스, 보랭제, 포장 테이프 등 일회용 패키징이 많이 들어간다. 일회용 포장재 감축은 배송 서비스가 포함된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라며 “일회용 포장재는 소비자 입장에선 불필요한 쓰레기들이며 환경 문제도 일으킨다. 동시에 기업에도 큰 비용을 감수토록 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에 런드리고는 ‘프랙티컬 에코 프렌들리’(실용적인 친환경)라는 구호 아래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 하는 사업모델을 만들었다. 빨래를 수거하고 세탁물을 돌려줄 때 사용하는 다회용 빨래 수거함 ‘런드렛’이 그 결과물이다. 런드렛은 철제 프레임을 천으로 싼 다회용 빨래 수거함으로, 겉면에 부착하는 송장도 암호화된 큐아르(QR)코드를 한 번 부착해 정기배송을 중단하기 전까진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다. 조 대표는 “수거함 3만5천개를 만드는데 초기 비용이 상당했지만 25~30번 주문이 일어나면 수거함 제작 비용을 건지고 그 뒤로는 절감할 수 있다”며 “일회용 박스를 썼다면 지난 2년간 발생한 50만여건의 주문에서 매번 1500원 이상의 박스 비용을 썼어야 했다”고 말했다. 세탁 후 옷을 감싸는 비닐도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의 비닐 포장지를 채택했고, 옷걸이도 세척 후 재사용이 가능한 다회용 옷걸이를 쓴다. “이커머스에서 패키징에 들어가는 가격은 보통 (총 가격의) 3~7% 정도로 본다. 하지만 런드리고는 상당 부분 회수와 재사용이 되는 구조라 장기적으로 비용이 준다”라고 조 대표는 덧붙였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도 사정이 비슷하다. 당근마켓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1억2천만건의 이웃간 거래와 나눔이 발생했다. 이는 2770만그루의 나무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낸 것이라고 회사 쪽은 설명한다. 당근마켓은 최근 편의점 지에스(GS)25, 동네 슈퍼마켓에 버려지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의 할인정보를 지역 주민에게 알리는 등 또 다른 방식으로 자원낭비를 해소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지역 커뮤니티라는 사회적인 측면에 집중해 만든 서비스인데 자원 순환이라는 환경적 가치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며 “서비스 초기부터 ‘당근 가계부’를 통해 매달 이용자들에게 거래 내역과 함께 그 거래로 만들어낸 환경 효과를 보여주는 등 중고거래라는 자원 재사용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물건 값의 80%를 품질로 돌려주고 싶어요”…면도기 구독 와이즐리 - S(사회)


면도기, 화장품을 직접 판매(D2C) 방식으로 정기배송하는 ‘와이즐리’의 목표는 제품원가와 마케팅비의 비율을 80:20으로 뒤집어보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가격에서 제품원가와 마케팅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통상 20:80으로 본다고 한다. 김동욱(32) 와이즐리컴퍼니 대표는 “제품의 본질과 관련 없는 마케팅, 유통비를 대폭 줄여서, 지금 고객에게 가는 20의 효용을 80까지 늘리도록 시장을 바꿔보고 싶다”며 “고객에게 더 많은 효용이 갈 수 있도록 현존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고자 하는 고민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80:20으로 구조를 뒤집기 위해서는 품질을 과감히 높이거나 비용을 과감히 내려야 한다. 이 약속을 어떻게 지키는지 소비자에게 알리고자 면도기 등 제품 운송비와 화장품의 원료, 함량 등을 전부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 9월 출범한 와이즐리는 질레트, 도루코, 쉬크에 이어 국내 면도기 시장 4위 사업자다. 이마트 노브랜드, 롯데 등 대기업이 만든 자체(PB) 상품보다 매출 순위가 높다. 오픈서베이의 ‘남성 그루밍 트렌드 리포트 2021’을 보면, 지난 2월 와이즐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9.3%로 지난해 2월보다 3.3%포인트 늘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의 이에스지는 대기업과 접근방식부터 다르다고 말한다. “재무적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부수적으로 이에스지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스타트업은 그럴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에스지 경영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이유는 사업 목적과 비전 자체가 이에스지와 닿아 있기 때문이죠.” 와이즐리는 일회용 면도기를 정기배송의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파는 서비스가 친환경이라는 측면에서 약점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 번 배송될 때 들어가는 쓰레기 양을 줄이고 정기 구매 주기를 늘려서 배송 횟수 자체를 줄이는 등 보완 방법을 만들었다. 상품 손상을 막기 위한 완충재도 비닐 보충재보다 20배 비싼 종이 보충재로 바꿨다. 김 대표는 “작은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다른 회사와 다른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고객이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회용 포장 등 쓰레기 많이 나오는 방식으로 상품을 팔면 원래 회사가 추구했던 본질적 진정성까지도 의심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갖고 사업을 하려 한다”며 “회사의 모든 사업 내용이 내일 당장 뉴욕타임스에 실려도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는 ‘뉴욕타임스 테스트’를 늘 염두에 두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부터 지배구조도 투명하게 갖춰야” - G(지배구조)


독립적 이사회 구성 등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스타트업들은 아직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투명하고 윤리적인 지배구조를 사업 초기부터 갖춰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었다. 김동욱 대표는 “그동안 한국의 기업 문화는 경영진의 비위를 견제해야하는 이사회가 부실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같은 관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알토스벤처스에서 첫 투자를 받았을 때부터 이사회의 과반 혹은 3분의 2 동의로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 중심 의사결정 구조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자의 독단적인 결정을 막도록 소수 주주의 거부권을 보장한 것”이라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스타트업의 지속가능한 지배구조와 관련해 “이사회의 독립성, 이사회 중심 경영 등 회사의 지배구조는 창업 단계부터 방향을 잘 잡아야 하고, 협력업체와의 관계, 데이터프라이버시 등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초기부터 고민해야 한다”며 “사업 초기 단계라 이를 챙길 여력이 부족하다면, 액셀러레이터 등 초기 투자사들이 외부 교육의 차원에서 지원하는 등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차차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이어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 등 투자사 입장에서도 투자한 기업이 이에스지 경영을 충실히 해야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고, 이는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할 때도 가점이 되는 부분이라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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