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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나이롱환자' 막는다…"본인 과실, 자기보험으로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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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머니투데이

금융당국이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한 뒤 과도하게 보험금을 청구하는 '나이롱 환자'(가짜환자) 근절에 나선다. 자동차사고 경상환자(상해 12~14등급)의 치료비 보상제도 개선을 통해서다. 과실이 있다면 본인의 과실비율만큼 자신의 보험으로 처리토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보험산업 신뢰와 혁신을 위한 정책방향'을 1일 발표했다.


"과잉진료로 1인당 2만3000원 보험료 더 내"

우선 과잉진료로 인한 자동차보험료의 지속 인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상환자의 치료비 보상제도를 하반기 중 개선한다.

현재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사고발생 시 과실유무와 무관하게 상대방의 치료비 전액을 지급하고 있어 과잉진료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까닭에 연간 과잉진료로 누수되는 보험금 규모는 전체 지급 보험금(약 3조원)의 20% 수준인 약 5400억원에 달한다. 이 돈은 고스란히 보험가입자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금융위에 따르면 과잉진료로 계약자 1명당 보험금 2만3000원을 추가로 내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경상환자 치료비 중 본인과실 부분은 본인 보험(자기신체사고 담보)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렇게 되면 과실 90%의 가해자의 치료비가 600만원 나왔을 경우, 과실 10%의 피해자는 6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다만 환자의 신속한 치료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우선 상대방 보험사에서 치료비 전액을 보상한 뒤 나중에 과실 부분에 대해 본인 보험사에 환수하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또 경상환자가 통상의 진료기간을 초과해 치료를 받는 경우 의료기관의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실제 영국은 2018년 '민사책임법' 개정을 통해 경추부 염좌(whiplash injury) 부상에 대해 의료기관 진단서 발급을 의무화하고, 진단서에 따라 치료 기간을 한정하고 있다.


비대면, AI 활용 보험모집 활성화

금융위는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금융규제 유연화 조치 중 하나인 '보험 모집시 보험설계사의 1회 이상 고객 대면 의무 면제'를 상시화하기로 했다. 화상통화를 통한 보험모집도 허용하며 모바일 청약절차 진행 때 1회의 전자서명만으로도 보험가입 절차가 완료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또 AI를 통한 보험모집이나 전화와 모바일을 접목한 '하이브리드식' 모집방식의 제도화도 상반기 중 추진한다.

특히 상반기 중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이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방침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플랫폼 업체가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시장을 독점하지 않도록 관련 규율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보험계약 단계별 소비자 보호장치도 고도화한다. 우선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고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품에 대해 '소비자 경보'를 적극 실시하고 판매절차를 강화한다. 예컨대 최근 판매가 급증한 외화보험에 대해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피해가 있는지 금융감독원이 이달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모범규준도 마련한다.

또 GA(법인보험대리점)의 건전한 모집질서 확립을 위해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모집수수료 '1200%룰' 규제를 안착하는데 집중한다. 1200%룰은 보험계약 1차년도 모집수수료를 월납 보험료의 1200%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또 'GA 내부통제 평가제도'를 도입, 우수 GA에 대한 검사주기 연장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숨은보험금 조회시스템도 개선한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숨은 보험금 서비스를 통해 지난 3년 간 9조원 정도를 국민들에 돌려드렸다"며 "국민들이 편리하게 조회하고 자동으로 보험금 지급이 되는 시스템을 고도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의 사회안전망 기능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고령화시대에 맞는 고령층 특화 연금과 보험을 활성화하고, 배달과 대리운전 등 필수노동자와 소상공인 등 사회취약 계층에 대한 보험의 위험보장을 확대한다.

특히 '혁신 보험상품 활성화 TF(태스크포스)' 신설을 통해 ICT(정보통신기술),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반 혁신 보험상품과 보험상품의 디지털화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의 가명정보를 보험권이 활용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업을 지속하는 등 건강·의료데이터를 활용한 만성질환자와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보험상품 개발을 확대할 방침이다.


단기성과주의 뿌리 뽑고 ESG 경영 심는다

보험사들의 단기성과주의도 개선해나가기로 했다. 하반기 중 보험사 보수체계와 공시제도를 개선한다. 실제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국 보험사는 성과평가 항목을 장·단기로 구분해 공시하고 있다. 영국과 호주는 아예 금융당국이 성과급 등 보수체계 설계 때 준수해야 할 세부지침과 모범규준을 제시한다.

금융위는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진의 성과보수가 지급될 수 있도록 현행 3년인 경영진 성과보수 이연기간을 확대할 방침이다. 대부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이 성과보수를 최대 7년까지 이연지급하고, 장기성과에 따라 최대 7년까지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점을 참고해서다. 또 재무재표 외에 불완전판매와 보험금 분쟁 등 비재무적·정성적 지표 활용도 늘린다.

대신 보험사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지원을 위해 경영실태평가의 비계량 평가항목에 ESG 경영과 투자 세부평가를 포함해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권 국장은 "보험업권은 약 13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이라며 "ESG와 밀접하고, 연관성이 높은 최적화된 산업이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ESG 분야를 선도해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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