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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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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직격 인터뷰 | 여당 속 야당 박용진의 대선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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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기 대선 포석? 이번에 승부 본다”

“지금 필요한 사람은 거대 세력과 마주하는 용기를 갖고 정직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정치인”

“혁신 기업 더 많아져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삼성전자 같은 기업 5~10개 더 만들어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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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바꾸고 싶은 세상의 그림이 완성됐고, 결심이 선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며 대선 출마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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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당시 소속 상임위원회가 정무위에서 교육위로 바뀐 날을 떠올리며 하는 말이다. ‘대기업 저격수’로 경제민주화를 부르짖었던 박 의원은 “영문도 모르고 쫓겨났다”는 교육위에서 ‘유치원 3법’이라는 20대 국회 대표 ‘히트상품’을 터트렸다. 지역에서 영향력이 막강해 지금까지 국회의원들이 건드리지 못했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을 상대로 한 1년 4개월 간의 투쟁이었다. 제작 결함 의혹에도 꿈쩍 안 하던 현대차의 리콜도 끌어냈다. 모두가 힘들 것이라고 예상한 분야에서 거둔 성과다. 당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 의원은 민주당 안에서 ‘내로남불’ 이슈가 터질 때마다 결이 다른 ‘소신 발언’으로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특정 이익집단을 대변하고 계파에 편승하며 진영 논리에 갇힌 국회의원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온 셈이다.

박용진 의원은 이번에도 쉽지 않은 도전을 결정했다. 목표는 2022년 대선이다. 당내 강력한 유력 대선주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친문 지지층에게 문자 폭탄을 밥 먹듯 받는 그의 선택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바꾸고 싶은 세상의 그림이 완성됐고, 결심이 선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반드시 이번에 승부를 보겠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거대 세력과 마주하는 용기를 갖고 정직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정치인”이라며 “지금껏 제가 해왔던 것을 보면 국민의 삶을 바꾸는, 역동적인 정치인은 바로 박용진”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지난 1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쉽지 않은 싸움에 도전장을 내민 박 의원을 만났다.



“朴風 기다리며 근육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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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9년 12월 국회 로텐더홀에서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에게 ‘유치원3법’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협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자 한국당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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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치기 어린 출마다’, ‘몸값 키워보려는 도전이다’, ‘차차기를 노린다’ 등등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절대 노(No)! 이번에 승부를 볼 것이다. 동료 의원들의 격려와 지원에 힘을 얻고 있다.”

함께 하겠다고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명한 의원들이 있나?

“당연히 있다. 원외에 있었던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천정배 의원 한 명 있었다는 것 아니냐.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연설 가운데 ‘의원 숫자 보고 대선 하는 것 아니다. 국민만 바라보고 간다’고 하신 말씀도 있다. 그때 당시 당내 경선 들어가기 전으로 지지율이 1%도 안 나올 때였다. 나는 출발이 노 대통령보다 낫다(웃음).”

박 의원은 2월 8일, 대선 싱크탱크인 ‘온국민행복정치연구소’ 발기인 간담회를 열며 본격적으로 공약 밑그림을 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연구소 명칭에는 국민 통합을 의미하는 ‘온국민’, 따뜻하다는 뜻의 ‘온’(溫), 미래지향적 방향성을 담은 영단어 ‘온’(on) 등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연구소의 수장에는 [88만원 세대] 저자인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가 맡기로 했다. 우 박사는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고, 2016년 총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을 맡았다.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으로도 일했다.

우 박사와는 언제부터 교감했나?

“과거부터 꾸준히 얘기를 하고, 의견을 교환해왔다. 온국민행복정치연구소장을 맡아주시겠다고 한 것은 지난해 10월 경이었다.”

우 박사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나?

“2015년 즈음, 우 박사가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으로 계실 때 문재인, 정세균 등 당대표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대통령학 공부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다. 석학을 모시고 토론도 하고 공격적인 질문도 주고 받는 예비 대통령 수업이었다. 일종의 트레이너였던 셈이다. 우 박사가 저에게 아주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정치 비전을 구체화하는데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싱크탱크 이외에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이미 울산, 광주, 부산 등 공개 지방 행보를 했다. 전국에 걸친 비공개 행보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그동안 재벌개혁, 유치원 3법, 공매도 등과 같은 성과들을 ‘점’이라고 하면 그 점들을 ‘선’으로 잇고 ‘선’을 연결해 ‘면’으로 만들어 그 면 위에 차곡차곡 계획과 비전을 쌓을 것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점으로 인식하겠지만 머지않아 입체적으로 박용진의 생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바람 불 때 근육과 깃털이 없으면 어떻게 비행하겠는가.”

공식 출마 선언은 언제쯤?

“4월 보궐 선거 승리에 집중하고 그 이후에 할 생각이다.”



“운동장을 넓게 써야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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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월간중앙과의 인터뷰 후에 기타를 치며 이문세의 ‘옛사랑’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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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민주당 대선 레이스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앞서가고 있다. 그에 비해 박 의원은 인지도가 높을 뿐 조직과 세력이 약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그는 “계보도 계파도 조직도 없는데 어떻게 대선을 치를 생각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며 “아주 구태스러운 질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계보를 따라 계파에 속해 조직과 자금을 갖춰서 정치를 하려면 기존에 있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다 담아야 한다. 그렇다면 기존 질서를 어떻게 변화시키겠나. 기존 질서를 유지하기를 원하는 세력들이 돈과 사람을 대는데 기득권에 편입되면 용기를 어떻게 내고 변화를 선도해낼 수 있을까.”

경선에 당원 투표가 영향을 미치는데 소신발언이 신경 쓰이지 않나?

“현안이나 논란에 대해 마이크가 오니까 제 생각을 얘기했었던 것뿐이다.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해야 한다. 그게 당을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다. 국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정치인의 위선, 내로남불이다. 우리 편이니까 괜찮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 조국, 박원순, 윤미향 등 많은 논란에 대해 당장 우리 편을 왜 감싸지 않느냐고 욕을 먹었지만 제 생각대로 얘기한 것뿐이다. 상식 위에 역지사지의 태도로 내로남불의 모습을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

박 의원은 지난해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이 있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발언으로 여권에선 “변화 속도가 서노련(서울노동운동연합)에서 태극기까지 간 김문수 전 지사보다 빠르다”(최민희 전 의원)는 비난이 나왔다. 여당 정치인으로는 이례적으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빈소를 찾고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 기념 타임캡슐 봉인식에 참석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친문 강성 지지층의 거센 항의도 받았다. 운동권과 민주노동당이라는 태생에서 출발해 보수층에게도 구애하는 광폭행보다.

민주화, 산업화를 넘어서는 시대정신은 무엇이라 보나?

“올 1월 광주 5·18민주묘역 참배에 앞서 방명록 첫 줄에 ‘불공정 필망국(不公正必亡國)’이라 썼다. 공정하지 못한 나라, 사회 구성원에게 희생만 요구하는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다. 돈 있고 힘 있는 집의 아들들은 기가 막히게 군대에 빠지고 가더라도 특혜받고, 자산가들은 탈세를 밥먹듯 하는 특권과 반칙, 불공정이 반복되는 나라를 누가 지키려 들겠나. 돈 있고 특권의식에 쌓여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사회가 운영되고 그들이 지도자가 되면 어느 국민이 국민 노릇을 하겠나.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누가 대통령이 되든 반드시 ‘불공정 필망국’ 정신을 품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보수층이 눈이 번쩍 뜨일만한 발언과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축구는 운동장을 넓게 써야 이긴다. 원래 포지션이 레프트윙이고 왼발잡이라고 왼쪽 공격만 하면 경기가 풀리나. 축구를 제일 멍청하게 하는 감독과 선수가 본인들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똑같은 전술만 구사하는 경우다. 다양한 전술과 선수를 기용해야 한다. 주포지션이 왼쪽 측면 공격수인 손흥민은 왼쪽에만 있지 않는다. 중앙도 가고 오른쪽에서도 돌파한다. 손흥민은 오른발, 왼발 자유자재로 쓰는 양발잡이라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 아닌가. 축구에서 성과는 골이고 정치에서 성과는 국민의 삶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왔다.”



“내편만 보고 정치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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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북 고창의 선운사 도솔암 앞에서 자신만의 출정식을 했다고 밝혔다. / 사진:박용진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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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정체성이 변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평등과 자유라는 가치 중에 평등을 더 우선해 자유를 구가하려고 하는 것이 좌파 학자와 정치인이 공동체를 바라보는 오래된 관점이다. 바로 그 관점이 박용진이 갖고 있는 자기 지향점이다. 또한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고 가난하고 힘없고 배경 없는 사람들을 위해 정치가 더 분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치적 좌파의 지향인데 이것 역시 박용진이 생각하는 바다. 정치적 지향이 흔들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국민 통합과 진영 논리 극복을 생각하지 않고 말하면 되겠나. 내편만 보고 정치할 건가. 트럼프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선언하겠다는 건가. 정치는 상대를 설득하는 일이다.”

박용진이 보여줄 통합의 모습은 무엇인가?

“합의를 위해 정치시스템의 변화, 개헌이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정치권과 합의하는 통합 행보를 보이겠다. 영국에서는 의회의 총리 질의 시간(PMQ, Prime Minister’s Question Time)이 큰 관심을 모은다. 서로 비판하고 조롱도 하고 말실수도 잡아내는 등 난상토론이 벌어진다. 은퇴자들은 펍에서 맥주 마시면서 PMQ 시청을 즐긴다고 하더라.”

국회의원들과 공개 토론을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대통령이 시정 연설을 위해서만 국회에 올 필요가 있나. 분기에 한 번 정도는 대통령이 직접 대정부 질문에 나서는 것도 좋다고 본다. 야당 의원들의 비판 공세가 있겠지만 그 자리에서 일대일 토론도 하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주는 것도 신선하지 않겠나.”

역대 한국 대통령이 소통에 약하다는 지적은 늘 있어왔다.

“젊은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면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넥타이 풀고 소매 걷어붙이고 젊은 기자들과 기자간담회도 하면서 현안 토론도 하고 생각하는 바를 자주 전달할 것이다. 아울러 미국처럼 대통령이 야당 주요 의원들을 1~2명씩 초청해 식사하면서 법안에 대해 설득하고 협조도 구할 것이다. 야당 주요 정치인들과 라면에 소주한잔 하면서 자주 만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국회가 존중된다. 기대해도 좋다. 젊은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놨더니 똑같다는 소리를 들으면 되겠나. 정치문화를 확 바꿔나갈 것이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소통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개헌을 위해서도 팔소매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스킨십할 것이다.”

지금 구조에서도 가능하지 않나?

“헌법을 바꾸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왜 안 할까?

“제가 아니니까(웃음). 저부터 깨겠다.”

박 의원은 자신의 사상을 “먹고사니즘”이라고 칭한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는 의미다. “국내총생산(GDP)은 올라간다는데 국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민생을 해결하지 못해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국민이 바라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 지도자다.”



“서울시장? 처음부터 선택지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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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기업이 탈법, 불법만 저지르지 않으면 문제삼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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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문제는 역대 정권의 숙제였다.

“혁신이 없으면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한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본다. 정치가 그 혁신을 이끌어 내야 한다. 시대흐름을 보면서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얘기다.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은 그런 역할을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온갖 반대에도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밀어붙였다. 공사비가 430억원, 당시 국가예산의 23.6%에 달했다. 10년 후 1978년, 경부고속도로는 산업화의 대동맥이 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초고속 인터넷 고속도로를 깔기 위해 10년 동안 8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다. IMF 직후인 1998년 정부 예산이 70조2000억원에 불과할 때였다. 우리나라가 IT 강국, 5G 선도국가 등의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것은 DJ 덕분이다. 산업화, 정보화의 길이 그렇게 열렸다. 박수 받지 못했고 찬성 받지 못했지만 정치가 그런 길을 열어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정치가 어떤 고속도로를 깔 것인가. 저는 ‘혁신의 고속도로’를 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휘청할 만큼 예산을 투입해 정부가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혁신의 고속도로라면?

“막혀있는 것을 뚫는 게 고속도로 아닌가. 과감하게 규제를 뚫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데에 3가지 규제가 존재한다. 대기업에 의한 독점적 규제, 관료들의 도장 규제, 기존 주류사업자들의 진입 장벽 규제다. 이 규제를 다 뚫어줘야 한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대기업이 멋대로 중소, 하청기업들을 쥐어짜면 안 된다. 문짝도 똑같이 찍어내라고 하는 현대차 때문에 문짝 만드는 회사는 현대차만 바라보고 기술 혁신도 안한다. 자재 구매 과장에게 잘 보이고 골프 접대하면 만사형통인데 왜 노력을 하겠나. 전속 거래 계약으로 다른 자동차 메이커와 거래도 못하지 않나. 이런 걸 바꿔줘야 한다. 제가 공정거래법을 강화를 얘기하는 이유다.

진입장벽 규제의 경우 특정 업계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하면 기존 주류사업자들의 대표단체가 못하게 막는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혁신이 벌어지고 있고, 젊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있다. 그들을 독려하고 자리 잡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박 의원은 의정 활동을 하면서 대기업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왔다. 최근에는 원망의 소리도 들었다고 한다. “얼마 전 현대차를 방문했더니 노조위원장이 ‘당기 순이익이 1조8000억원인데 박용진 때문에 성과급이 하나도 없다’고 말씀하시더라. 제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한 리콜 관련 충당금 3조4000억원을 마련하려 성과급이 없다고 하더라. 그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국회에서 질의하고 국토부 장관을 달달 볶았기에 꿈쩍도 안하던 현대차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기업의 역할을 하게 됐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박 의원을 반기업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탈법, 불법만 저지르지 않으면 문제삼을 생각이 전혀 없다. 대기업은 오히려 해외에서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게 맞다. 10년 전 시가총액 상위 30위 기업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금융주나 세습 계열사가 사라지고 셀트리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이 들어가 있다. 혁신 창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기업이 더 많아져야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삼성전자 같은 기업을 5~10개 더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는 고려하지 않았나?

“애초 선택지에 없었다. 차기 대선 출마를 놓고 체급을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오히려 체급을 올리려면 서울시장 선거에 나갔어야 하는 거 아닌가. 바꾸고 싶은 세상의 그림이 완성됐고 용기를 낼 수 있으면 당연히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세상의 변화 속도보다 정치가 뒤처지고 끌려 다닌다는 생각을 해왔다. 과거에는 아끼면 잘 살고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젊은 사람들에게 내 집, 내 차를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이 없다. 이 사람들을 위해 정치가 무슨 답을 갖고 있나. 더구나 곳곳에 불공정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 상황이 이런데 국회의원 한두 번 더하고 장관하는 것이 중요한가.”



“균형감각, 비전, 경영능력 다 준비 돼 있다”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이 가능할 거라 보나?

“지금은 어려워 보이지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어떤 정치 세력이 국민들에게 호응하고 변화하느냐의 문제다. 국민들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호응하는 반응 속도를 보면 여전히 민주당이 낫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야당보다 더 혁신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박 의원은 이미 자신만의 출정식을 마쳤다. 그는 “얼마 전 전북 고창의 선운사 도솔암 마애불 앞에서 ‘세상을 바꾸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말했다. 그가 이 곳을 찾은 이유는 수감 시절 송기숙 교수의 장편소설 [녹두장군]에서 읽은 한 전설 때문이었다. 선운사 도솔암 마애불 가슴 아래에는 복장이 있다. 복장은 불상을 만들 때 금은보화나 서책을 넣는 곳을 말한다. 전설에 따르면 선운사를 세운 검단선사가 이 복장 안에 비기(秘記)를 보관했는데 이 비기가 알려지는 날 세상이 뒤집힌다는 얘기가 들어있다고 한다. 이를 알고 있던 동학 접주 손화중이 동학운동 직전 비기를 꺼내갔다는 얘기가 있다. 박 의원은 “동학 지도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비기를 우리 품으로 왔다는 생각을 들게 해 농민군의 기세를 끌어올렸던 것”이라며 “가렴주구에 힘겹게 살아가던 백성들이 도솔암까지 올라와서 신비로운 이야기에 기대서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져서 가련했다”고 말한다.

그는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보이기 전에 잠곡 김육 선생을 기린 ‘대동법시행기념비’에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동법시행기념비는 효종 10년에 김육이 충청감사로 있을 때 충청도·전라도·경상도에 대동법(大同法)을 실시하면서 백성들의 조세 부담을 줄여준 공로를 기념하기 위해 세 지역으로 통하는 길목에 설치한 비석이다.

왜 김육 선생의 기념비인가?

“김육 선생은 대동법을 전국으로 확대한 인물이다. 지금으로 치면 조선의 경제민주화 법이다. 공납을 폐지하고 대동법을 확대하는 과정은 기득권 세력과의 투쟁이었다. 논리로 당해내지 못하니까 당시 대토지 소유에 기반한 노론과 같은 계파들이 그 법이 정의롭고 공정하다는 말씀은 옳으나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식으로 상소를 올린다. 지금과 무엇이 다른가. 공정경제법이나 경제민주화를 얘기할 때 반대 측에서 하는 얘기가 ‘현실적으로는 맞지 않다’는 식이다. 예나 지금이나 제도 하나 바꾸는데 이렇게 힘이 든다. 정치인들은 김육 선생의 충정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선 레이스에 자신 있나?

“가슴에 불덩이를 품고 있다. 아마 학생 운동 시절부터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불덩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세상을 바꾸기 위해 짱돌을 들고, 데모를 하고, 당을 만들어 출마도 했다. 그 뜨거운 에너지를 잃지 않은 채 냉정하게 세상을 변화시켜 왔다. 막스 베버가 좋은 정치인의 덕목으로 꼽은 균형감각,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수석 경제고문 자크 아탈리가 말한 비전과 경영능력, 이 3가지에 대해 박용진은 준비돼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 드릴 수 있다. 자질을 갖춘 박용진에겐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불덩이가 있고 국민들에겐 변화에 대한 간절함이 있다. 지켜봐 달라.”

글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사진 신인섭 선임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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