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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도쿄올림픽 기다리는 文,삼일절에 위안부·징용 해법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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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20년 3월 1일 종로구 배화여고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3.1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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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이던 2018년의 3·1절 기념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런 문 대통령이 1일 취임 후 네 번째 3·1절을 맞아 기념사를 낭독한다. 한·일 관계에 대한 변화된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3·1 운동의 정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의지 등을 언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마다 한·일 관계만큼은 변화된 목소리를 내왔다. 취임 후 첫 3·1절이었던 2018년엔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강조하며 강경한 메시지를 냈다. 2019년엔 “친일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고 밝히긴 했지만,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이 민감해하는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엔 “과거를 잊지 않되 우리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정도의 언급만 했다. 눈에 띄게 한·일 관계에 대한 언급이 줄어든 점도 특징이었다.

이번 3·1절 기념사에선 문 대통령이 대일(對日) 유화 메시지를 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올해 들어 일본을 향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부드러워졌다는 점이 근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발표한 신년사에서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년 회견에선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두고 “곤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양국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징용 판결 문제에 대해서도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이)강제집행의 방식으로 현금화되는 등의 방식으로 판결이 실행되는 건 한·일 양국 간 관계에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까지 했다. 모두 과거의 문 대통령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발언들이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이자 ‘지일파’인 강창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주일대사 신임장을 건네면서 한·일 양국을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동북아와 세계 평화·안정을 위한 협력의 동반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해온 점도 대일 유화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관측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고 있는데, 악화한 한·일 관계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현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남·북·미 관계 진전의 계기로 눈독 들이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이런 기대를 표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이번 3·1절 기념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결국 위안부·징용 문제 관련 메시지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많다. 문 대통령이 얼마나 구체적인 제안을 할지가 관심사다. 지난 19일 민주당 지도부와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에 달렸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는 몇 시간 뒤 “정부 간 합의가 이뤄져도 피해자 동의가 중요하다는 평소 입장을 반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기념사에서도 문 대통령이 일본측의 사죄 등에 비중을 둔다면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가 만들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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