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톡 애프터⑤]카카오의 미래먹거리 관련 질문에 답변
"클럽하우스 위협된다 생각해…경쟁자 만들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 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25일 오후 사내 간담회 '브라이언톡 애프터'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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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스1) 송화연 기자,김근욱 기자 =
"브라이언에게 질문이 있는데요. 혹시 카카오가 망한다면 어떤 이유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세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 25일 임직원(크루) 간담회 '브라이언톡 애프터'를 통해 임직원과 마주했다. 사는 동안 재산 절반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환원하겠다고 공언한 그는 크루들과 '카카오다운 사회문제 해결방식'을 논의하기 위해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총 2시간20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는 직원들의 가감 없는 질문과 김 의장의 허심탄회한 답변으로 채워졌다. 김 의장은 간담회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카카오의 미래 먹거리와 새로운 경쟁자에 대한 위기의식, 경영철학 등도 털어놨다.
◇"카카오는 전기차, 로봇사업 안하나요?"
카카오는 간담회 개최에 앞서 이번 행사를 '미래를 위한 카카오의 도전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크루들과 지혜를 나누는 시간'이라고 소개했다. 간담회에서 기부뿐 아니라 로봇,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미래사업 이야기가 오간 배경이다.
먼저 김 의장은 카카오의 전기차 사업 가능성 질문에 "전기차는 카카오의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는 차를 만드는 회사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이동에 대한 고민은 하고있다"고 답변했다.
김 의장은 "자율주행이나 자율주행시대 자동차 서비스엔 관심을 갖고있다"며 "카카오가 모빌리티 플랫폼은 꽤 경쟁력 있게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차 시대가 왔을 때 택시를 부르듯 자율주행차를 부르는 식의 매력적인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카카오의 미래 자동차 사업을 묻는다면) 운영차원에서 접근하는 쪽으로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카카오의 로봇 사업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경쟁사인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랩스를 통해 로봇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고,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말 미국 로봇 개발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걷는 차' 개발을 발표했다.
그러나 카카오는 로봇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김 의장은 간담회에서 로봇사업에 확신이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로봇은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하고 있는 영역으로 (카카오가) 자체적으로 로봇을 만드는 접근은 없다"며 "저는 로봇 분야를 아예 몰라서 어떻게 접근해야할 지조차 감을 못 잡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의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식사를 하며 '구글이 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팔았을까'를 물었는데 그거에 대한 답변을 못 들었다"며 "로봇이 아니더라도 하드웨어가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다면 그런 걸 찾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간담회 내내 카카오가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에 강점이 있는 회사임을 강조하면서도 새로운 형태로 등장할 하드웨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례로 그는 가상현실(VR) 기기와 관련한 대화에서 가상세계를 '다가올 미래'라고 지칭하며 "새로운 세상이 오고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하드웨어가 새로 나오면 세상이 한번 바뀐다. 컴퓨터가 그랬고 스마트폰이 그렇듯 그런 게(새로운 하드웨어가) 있나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에게 '최근 접한 의미있는 하드웨어가 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 의장은 "이제는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와 만나는 지점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고있다"며 "LG 회장과 만나 '우리가 하드웨어는 자신없지만 소프트웨어는 잘할 수 있다'며 합작법인(JV) 등으로 협업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헬스케어사업을 영위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도 있었다. 김 의장은 "디지털 헬스케어쪽에 관심이 많다. DNA 등이 데이터화 되는 순간 IT 영역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의료 쪽을 보게 된 건 1~2년 정도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년 전에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아산병원이 합작법인(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을 만들었고, 세브란스(연세의료원)와도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접근하는 게 있다면 디지털로 접근해야 하는 분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 세계 Z세대가 '제페토'에 열광한다는데…카카오는?"
간담회에서는 카카오가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이르는 말)를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 개발에 뒤처진 것이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됐다.
네이버는 증강현실 플랫폼 '제페토'를 통해 전 세계 2억명의 이용자를 모았고,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자체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 구축해 군소조직화된 글로벌 팬 커뮤니티를 결집하고 있다.
김 의장은 "Z세대를 겨냥한 서비스는 우리가 준비를 못한 경향이 있다"며 "몇 가지를 시도했지만 안 된 것도 있고, (카카오M) 소속 가수가 한류를 선도하고 있는데 한류를 이용하지 못한 것도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는 웹툰사업을 치하하며 Z세대를 타깃으로 한 서비스의 기회가 아직 남아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페이지가 웹툰과 스토리(시장)에서 경쟁상대가 없을 만큼 생각보다 꽤 광범위하게 장악했다"며 "(콘텐츠 분야에서) 카카오가 굉장히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라인에 밀려) 카카오톡으로 일본에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결국 3년 반 전에 만화를 한번 해보자 해서 (일본 내 웹툰 사업을) 시작했는데 지난해 '라인망가'(네이버 글로벌 웹툰 서비스)를 누르고 엄청난 성장 속에서 있다"며 "네이버가 한국과 일본에서 밀려서 미국(웹툰사업)에 올인하고 있는데 (카카오도) 미국을 쫓아가는 구조로 해서 투자도 하고 해서 기 싸움을 하고 있다. 콘텐츠쪽 분야의 미래는 밝은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나아가 김 의장은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가 소설을 기반으로 웹툰을 만들고 그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하면서 이태원클라쓰, 승리호 등의 성공사례가 나왔다"며 "다만 경쟁이 심한 글로벌 OTT 강자가 많은 건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탄생하면서 지식재산권(IP)과 유통, 제작 플랫폼을 갖춘 회사가 탄생해 경쟁력이 생긴 것 같다"며 "디즈니플러스 등이 여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25일 오후 사내 간담회 '브라이언톡 애프터'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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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경쟁자 '클럽하우스'의 등장…"브라이언도 클하하나요?"
간담회에서는 최근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오디오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와 관련한 대화도 오갔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클럽하우스’는 지난 24일 기준 세계적으로 1050만건 다운로드 됐으며, 국내에선 32만5000건 이상 다운로드 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장은 '클럽하우스를 해봤냐'는 직원의 질문에 "옆 사람이 하는 걸 구경해보는 수준에서 해봤다"며 입을 열었다. 김 의장은 클럽하우스 열풍에 대해 "음성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소통) 행위로 글자가 아닌 형태로 단체방이 형성된 걸 의미있게 본다"며 "카카오가 이거(음성 위주의 소통공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을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소통의 형태는 카카오 커뮤니케이션의 큰 축인데 (클럽하우스가) 인스타그램처럼 큰 열풍이 되면 우리에게 위협이 되겠단 생각을 한다"며 "소통이란 측면에서 적어도 커뮤니케이션은 카카오가 놓치면 안 되고 경쟁자를 만들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은 있다"고 역설했다.
◇"카카오가 망한다면 그 원인은 내부에 있겠죠"
간담회에서는 '우리가 망하면 어떤 이유일까'라는 당돌한 질문도 나왔다. 김 의장은 해당 질문에 노키아 사례를 들며 답변을 이어갔다.
김 의장은 "노키아는 무선 휴대전화를 처음 만든 회사고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회사였다. 노키아가 성공한 후에 경영진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며 "그런 상황에서 실무진들이 무선 휴대전화에 고화질 카메라 넣고 앱 마켓도 넣자고 제안했는데 경영진들이 '그건 아니다'라며 무산시킨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얼마 후 아이폰 나오면서 (휴대전화 시장) 판도를 바꿨고, 노키아는 과거에 성공한 회사로 끝나고 침몰했다. 절실하고 뭔가 해내야 한다는 열정이 넘쳤던 시기와 달리 성공의 달콤함 속에 있었던 경영진, 즉 환경·태도가 바뀐 것이 회사를 망하게 한 작지만 큰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엿다.
그는 "어떤 경쟁자에 의해서 우리가 무너지긴 쉽지 않다"며 "카카오는 네이버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많은 경쟁자가 생기며 여러 경쟁을 하겠지만 질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의장은 "카카오스토리는 (출시 초기에) 성공했지만 인스타그램 등 새로운 게(소셜미디어) 나오면서 대응이 잘 안 됐다. 적절하게 준비하고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그 정답이 있을진 모르겠다"며 "기회를 잡기 위해선 우리가 그런(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가 나오면 빨리 인수하는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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