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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전기차 화재 반면교사 자세로 대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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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배터리 글로벌 시장은 최근 '탄소 중립' '그린 뉴딜' 등 친환경 저탄소 성장이 다시 부각되면서 최근 10년 사이 규모가 10조원에서 50조원으로 5배 증가했다. 글로벌 전문 리서치 기관의 예측을 종합해 보더라도 배터리 글로벌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126조~380조원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폰·노트북·전동공구·전기차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1년 일본 소니가 상용화한 후 10년 노력 끝에 2001년 삼성SDI와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이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러한 성공에는 민간의 지속된 기술 개발과 함께 1997년부터 정부가 지원한 차세대 소형전지 중기거점사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본이 대부분을 점유한 시장에서 2011년 한국이 세계 1위로 떠오를 수 있게 된 배경에는 2006년 델 등 노트북의 화재가 빈번히 일어났고, 그 원인으로 소니 등의 배터리 제품 결함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노트북 업체들은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한국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하고, 현재까지 그 자리를 10년 동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산 배터리를 갤럭시폰, 아이폰 등으로 탑재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한국산과 일본산으로 수요가 회귀하는 사례가 증명하듯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 되는 것이 배터리 산업의 특징인 듯하다.

과거 모바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본산 배터리 문제로 우리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사례가 있는 한편 국내 신재생 연계형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산업은 잇따른 화재 발생을 배터리로 문제시하면서 국내 ESS 산업은 회생불능 상태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ESS 전용 한국산 배터리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에서도 폭넓게 문제점을 찾는 한편 해외 대비 열악한 산업 분야를 찾고 개선하는 등 신산업을 육성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전기장치와 기계장치 및 기름을 활용해 움직이다 보니 국내 자동차 화재는 최근 10년 동안 6만3000여건 등 연간 5000건, 하루 약 15건 발생했다. 전기자동차도 기름 대신 배터리를 탑재, 내연기관 자동차와 유사하게 화재가 발생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럼에도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 화재 건과 관련해 민·관 대응 현황을 보면 배터리셀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전기장치, 기계장치, 배터리 등을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하는 한편 발화 원인을 찾고 해결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배터리 산업은 중국·일본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세계 최고의 배터리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각국과 자동차 업체의 러브콜을 받는 한편 대규모 투자와 300조원 이상의 수주 잔액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생산 공장 전부를 통합하면 연간 약 200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다.

앞으로 배터리 산업 글로벌 경쟁은 기존 경쟁국인 중국·일본뿐만 아니라 최근 유럽·미국까지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과감한 지원 정책을 발표,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과거 대응 사례에 따라 배터리 산업의 흥망성쇠가 교차해 왔음을 상기할 때다. 정부에서는 이번 전기차 화재 대응이 오히려 일본과 중국에 이득이 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반면교사 자세로 전기차 화재에 대응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부회장, millar2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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