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아이돌 이후 K팝 25년
변방의 음악에서 글로벌 음악으로 성장
“K팝은 반도체의 혁신과 닮은꼴”
한국 넘어 글로벌 무대에 K팝 시스템 이식
혁신가 지원ㆍ사회구조 재점검 필요
1세대 아이돌 H.O.T 등장 이후 지난 20여년 K팝은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세계 시장에 안착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는 K팝의 위상을 높인 주역으로, 현재 K팝은 그 어느 때보다 혁신적인 변화로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방탄소년단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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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방탄소년단의 경제 효과 1조 7000억원’(2020년 9월 기준)
‘K팝 음반 수출 1억 7000만 달러’(2020년 11월 기준)
1세대 아이돌(1996년 H.O.T) 등장 이후 25년, K팝의 위상은 놀랍도록 달라졌다. 과거 ‘변방의 음악’으로 치부됐던 K팝은 세계 음악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지역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초국적 시대’, ‘지구인 세대’를 상징하는 글로벌 음악 장르로의 성장이다. 대한민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핫100) 1위를 수성한 방탄소년단(BTS), 전 세계 아티스트 중 유튜브 구독자 수 2위에 달하는 블랙핑크 등 글로벌 무대를 주무르는 K팝 스타들이 등장하면서다.
지금 K팝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혁신적인 변화로 세계 시장의 주역이 됐다. 변화의 속도는 체감보다 빠르다. 소위 K팝 한류 3.0시대, K팝 시스템이 글로벌 무대로 이식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을 키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세계 최대 음반사 중 하나인 유니버설뮤직 그룹과 손 잡고, 글로벌 K팝 보이그룹을 육성하는 오디션을 선보인다. K팝 시스템을 해외 시장에 적용한 ‘현지화 전략’ 사례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유니버설뮤직그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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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무대로 이식하는 K팝…K팝의 외연 확장K팝의 해외 진출 전략은 흔히 3단계로 본다. 1단계는 한국 가수의 외국 진출, 2단계는 외국인 멤버 영입을 통한 해외 공략, 3단계는 K팝 시스템을 해외 시장에 적용한 ‘현지화 전략’이다.
방탄소년단을 키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세계 최대 음반사 중 하나인 유니버설뮤직 그룹과 업무협약을 맺고, 글로벌 K팝 보이그룹을 육성하는 오디션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무대에서 제2의 BTS를 찾는 셈이다. 대형 기획사의 시스템 적용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SM 웨이션브이), 일본(JYP 니쥬)에서 성공한 사례가 이미 나왔다. 필리핀에선 한국 기획사 ‘쇼비티필리핀’이 다국적 아이돌 그룹 SB19를 제작했다. 이 그룹은 2020년 결산 빌보드 소셜50 차트에서 NCT드림, 엑소 백현, 스트레이키즈를 제치고 7위에 올랐다. 기존의 성공사례와 빅히트의 차이점이라면 ‘팝의 본진’인 미국시장에 K팝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국내 기획사와 글로벌 음반사가 아이돌의 발굴부터 손을 잡은 것도 최초다.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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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음악시장을 움직이는 글로벌 음반사의 협업은 K팝의 현재 위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장우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K팝 이노베이션’ 저자)는 “K팝은 이제 아시아권을 넘어 주류 시장인 영미권에도 진입하며 전략적 수출 품목이 됐다”고 말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 교양학부 교수(‘갈등하는 K팝’ 저자)도 “K팝이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와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협업 의미를 분석했다. 그러면서 “빅히트는 전 세계 유통망을 확보해 음악상품을 배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유니버설뮤직은 빅히트와의 협업을 통해 K팝 그룹의 자체 제작이라는 리스크를 덜어낼 수 있는 이해가 맞아 떨어진 사례다”라고 봤다.
K팝의 강력한 산업 효과는 글로벌 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음반 시장의 성장만 봐도 영향력이 확인된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 연구위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음반 판매량은 4000만장(가온차트 기준)을 돌파했는데, 이 배경엔 글로벌 팬덤의 급성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한 해 수많은 팝스타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했으며, 앨범 판매량을 집계하는 ‘빌보드 200’ 차트에 1년 동안 3개의 앨범을 1위 자리에 올리기도 했다.
블랙핑크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걸그룹으로 성장, 전 세계 아티스트 중 유튜브 구독자 수 2위에 오르는 등 각종 신기록을 써내려가며 팬덤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블랙칭크 온라인 콘서트 '더 쇼' [YG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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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그려가는 미래…‘퍼스트 무버’ K팝K팝은 한 팀의 아티스트를 상징하지 않는다. K팝은 지난 25년간 공공히 쌓아올린 음악 시스템이다. K팝 산업은 아이돌을 캐스팅해 체계적으로 트레이닝하고, 막대한 투자를 통해 음악, 퍼포먼스, 비주얼(시각적 요소)이 어우러진 프로듀싱을 거쳐 마케팅하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했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이나 K팝 시스템의 해외시장 이식도 잠깐의 트렌드가 아니다. ‘퍼스트 무버’가 된 K팝은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아주 매력적인 산업이 됐다. 그런 만큼 시스템의 수출로 인해 일각에선 K팝의 노하우 유출 우려도 나온다.
샤이니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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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그러나 K팝의 독창성을 모방하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규탁 교수는 “비주얼, 뮤직비디오의 미학, 활동방식 등 K팝 특유의 오리지널리티를 해외에서 더 깊게 인식하고 있어 K팝 시스템을 흉내낸다고 해도 대체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K팝 시스템을 글로벌 시장에 적용해 선보이는 그룹을 통해 K팝의 외연 확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김진우 연구위원도 “시스템을 매뉴얼화해 전 세계에서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것이 K팝의 저변 확대에 보다 긍정적인 영향이 될 것”이라고 봤다.
K팝은 이제 ‘한국의 울타리’를 넘었다. 더이상 ‘한국만의 음악’이 아니다. 이장우 교수는 “K팝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콘텐츠”라며 “글로벌 협업을 통한 K팝 그룹 제작 등의 트렌드가 K팝이 원하는 방향이자, K팝이 그리는 자연스러운 미래”라고 봤다. 김진우 연구위원은 나아가 “현지 연습생 출신의 그룹을 넘어 이후엔 양궁과 같은 스포츠의 사례처럼 K팝 시스템을 익힌 현지 트레이너가 K팝 그룹을 육성하는 K팝 한류 4.0 시대도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속가능한 K팝을 위한 ‘넥스트 스텝’은 성공의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장우 교수는 “K팝은 정부가 아닌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 방시혁 등 소수의 선도적 프로듀서들이 지금의 성과를 이끌었다”라며 “혁신가들의 혁신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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