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연예계 등 '학폭 미투' 이어지는 중
"경각심 줘서 학폭 예방 효과 있을 것"
"사실이 아니면 가해자 낙인에 사회적 매장" 우려도
전문가 "긍·부정 효과 명확, 사실 판명 제대로 해야"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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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은 기자] 체육계에 이어 연예계 등 사회 전반에서 과거 학교 폭력(학폭·집단 괴롭힘 등)을 사회에 고발하는 일명 '학폭 미투'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 사실을 폭로해 학폭 문제에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운동이지만, 명확한 증거 없이 의혹만 제시하는 경우도 있어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사회적 매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대한민국 프로배구 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 선수를 시작으로 배구, 야구, 양궁 등 스포츠계에서 퍼진 학교폭력 폭로가 연예계로도 번지고 있다. 아이돌과 배우 등을 가해자로 지목하며 학창시절 이들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폭로 글들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이는 과거의 단발성 학교폭력 폭로와 달리 22일 하루 동안에만 가수 수진, 진해성, 배우 조병규, 박혜수 등 상당수의 연예인들이 학폭 가해자로 거론되며 파급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또 체육계와 연예계에 이어 '학교폭력 가해자가 경찰·소방관·승무원이 됐다' 라고 폭로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는 등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처럼 공인이 아닌 경우에도 학폭 피해를 폭로하며 '학폭 미투'가 사회 전반으로 퍼지는 중이다.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라고 동조하는 한편, 가해자의 신상을 찾아내 이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학폭 폭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고, 이 같은 공론화는 일종의 학습 효과를 일으켜 이후 생겨날 학폭을 조금이라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효과가 따른다. 또한 같은 피해를 당했던 피해자들은 대리만족을 얻고 이로 하여금 '통쾌하다'는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여러 학교폭력 폭로 글이 올라왔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도 학폭을 당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하나둘씩 터지는 걸 보니 속이 대신 후련하다"라며 "당해본 사람은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아서 평생 끔찍했다. 이번 기회에 모든 가해자들이 다 드러났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배우 조병규가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학교폭력 의혹을 부인하는 글을 게시했다. 사진=조병규 인스타그램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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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학교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글은 명확한 증거를 찾기 어려워 사실 확인을 하기가 쉽지 않고, 허위 사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연예인의 경우 한번 가해자로 낙인이 찍히면 큰 이미지 손상을 입고 일종의 '마녀사냥'의 피해자가 돼 '사회적 매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특히 배우 조병규는 여러 차례 학폭 의혹을 부인했음에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계속 등장하고 있어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소속사 측은 "해당 글이 허위 사실로 밝혀졌으며, 글 작성자로부터 사과받았다"라고 전했고, 조병규는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당사자로부터) 바로 다음 날 선처를 호소하는 연락이 온 이후에도 억울한 감정을 떨쳐내기 힘든 상태였다"라며 "왜 매번 이런 휘발성 제보에 저는 과녁이 되어 매번, 매 순간 해명을 해야 하느냐. 사진과 말 몇 마디로 제가 하지도 않은 일들에 오해를 받는 이 상황이 감당하기 버겁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학교폭력 폭로 글 중에는 피해를 당한 시간과 장소,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당시 가해자와 나눈 SNS 채팅창 내용 등을 함께 첨부한 글도 있었지만, 한두 줄짜리 짧은 글로 '어디선가 들었다'라는 내용의 의혹 제기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심지어 폭로 대상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추측 가능한 특징이나 이니셜을 등을 거론하는 경우에는 학교폭력과 아무 연관 없는 인물에게 가해자 논란이 일기도 하는 등의 문제도 생겨난다.
전문가는 이렇게 계속되는 폭로가 문제 예방 효과를 거두는 등 긍정적 기능이 있는 반면, 사실 판명을 명확히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폭력 사실은 지금 바로 벌어진 명백한 사실이 아니다 보니 증거를 찾기도 어렵고 문제 제기만으로 사실을 판명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폭로는 비슷한 문제가 앞으로도 벌어지지 않게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예방적 차원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폭로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경우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지목된 순간부터 여론에서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되기 때문에 새로운 피해자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지속하는 학폭 미투 배경에 대해 정 평론가는 "SNS를 통해 몇 년 전 미투 양상과 비슷하게 연쇄적·동시다발적으로 과거의 문제를 폭로할 수 있는 방식이 쉬워졌다"라며 "이런 이야기들을 올릴 수 있는 분위기와 여론이 형성됐고 문제에 대한 이슈화도 잘 되고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동조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은 기자 youngeun92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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