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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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접종이 시작되는 가운데 ‘1호 백신’을 누가 맞을 건지를 두고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질병관리청장 등 국가 지도층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입장과 접종 우선 대상자가 아니기에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세계 각국에선 백신 1호를 어떤 기준으로 뽑았을까. 국가별 백신 1호 대상자는 크게 세가지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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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고위험 층인 고령자 우선
세계에서 처음으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마거릿 키넌(90) 할머니가 지난해 12월 9일(현지시간) 딸 수와 손자 코너의 손을 잡고 영국 코번트리 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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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고령층을 1호 백신 대상자로 선정한 사례다. 지난해 12월 8일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당시 91세 생일을 앞둔 마거릿 키넌을 1호 대상자로 세웠다. 영국 정부는 80세 이상이거나 요양병원 거주자나 직원, 고위험에 노출됐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국민보건서비스(NHS) 직원을 우선 접종 대상자로 선정했다. 그 중 고령층이 특히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한 판단이었다. 프랑스와 스페인도 지난해 각각 장기 요양시설에 있는 모리세트(78)와 요양원에 거주하는 아라셀리 로사리오 이달고(96)를 첫 접종자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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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코로나19 환자 돌보는 최전방 의료진
미국서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한 뉴욕 병원의 간호사 샌드라 린지.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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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최전방 의료진을 1호 접종자로 내세운 사례다. 지난해 12월 14일 미국에선 흑인 간호사인 샌드라 린지(당시 52세)가 첫 백신 접종자가 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우선 접종 대상자로 코로나19 의료진을, 그다음으로 장기요양시설 거주 고령자와 직원 순으로 접종을 권고한 바 있다. 린지는 지난해 초 뉴욕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을 때 목숨을 걸고 환자를 돌봐온 간호사였기에 1호 접종 대상자로 선정됐다. 다만 현지 언론은 미국 내에서 백인보다 유색인종의 감염 피해가 심각했고, 흑인들의 백신 불신이 더 깊었던 점도 그가 접종 대상자 선정 이유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지난 17일부터 백신 접종에 들어간 일본도 도쿄의료센터 병원장인 아라키 가즈히로를 1호 백신 접종자로 선정했다. 일본의 경우 전국 100개 국립 의료기관에서 의사ㆍ간호사 등 의료 종사자 4만 명이 우선 접종 대상자에 포함돼 이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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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국가 지도자가 1호 접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맞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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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대통령 등 국가 지도자가 나서 자국 내 1호 백신자를 자청한 경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가 대표적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경우 지난해 12월 71세의 나이로 백신을 맞았다. 당시 이스라엘 국민 3분의 1이 접종을 꺼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그는 “내가 모범을 보여 국민에게 백신 접종이 필요하단 점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스라엘의 인구 대비 백신 접종자 수는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자국 내 1호 접종자는 아니지만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당선인 신분으로 일찌감치 백신 접종에 앞장섰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남편 필립공과 함께 백신 접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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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백신은 화이자 아닌 'AZ'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전북 군산시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생산시설인 풍림파마텍에서 일반 주사기와 최소잔여형 주사기를 비교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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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위의 3개 사례에 속한 백신 1호 접종자 모두는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는 점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다. 오는 26일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화이자 백신과 달리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질병청에서도 3월 말 미국의 추가 임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을 미루자고 판단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문 대통령은 68세라 AZ접종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일각에선 식약처 자문 결과 안전성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문 대통령이 솔선수범해 백신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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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센, 전 세계 1호 접종자는 남아공 대통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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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화이자가 아닌 다른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한 나라에선 국가 지도자들이 선도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의 경우 세계 최초로 얀센 백신을 접종했다. 얀센 백신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긴급사용승인을 얻지 못한 상태인 만큼 국민적 불안감이 커 이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코 위도도(59)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경우도 중국 시노백 백신을 들여오면서 자국 내 1호 백신 접종자가 됐다. 당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백신 접종은 유튜브로 생중계됐고, 6만여 명의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파흐레틴 코자 터키 보건부 장관도 시노백 백신을 들여오면서 1호 접종자로 나섰다. 또 AZ 백신을 도입한 프랑스에서는 불신이 높아지자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 장관이 공개 접종을 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민 45%가 백신 접종을 망설이고 있는데 지금 분위기를 그대로 놔두면 나중에 고생할 수 있다. 요양병원을 먼저 시작하면 분명 돌아가시는 분들이 분명 나올 수밖에 없고, 운이 나쁘면 백신과 관련한 문제도 벌어질 수 있다”며 “대통령을 비롯해 3부 요인 등 지도층이 앞장서서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사회 지도층이 먼저 맞을 경우 공정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도 우선 접종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국민의 요구로 대표적으로 맞는 거였다. 몇몇 사회 지도층이 먼저 맞는다고 해서 항의할 국민은 많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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