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연세대 교수, 램지어 논문 옹호글 게재
한양대 동문단체 "해당 교수 파면 촉구"
전문가 "램지어 교수 논문, 편향된 주장…정말 적절치 않아"
조 필립스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 부교수, 조셉 이 한양대 정치외교학 부교수가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에 게시한 기고문. 사진=더 디플로맷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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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은 기자] 일본군 위안부를 두고 '매춘부'라고 주장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연세대와 한양대 등 국내 대학교수들이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옹호하는 듯한 기고문을 게재해 논란이다.
일본군 위안부가 강제성 없이 자발적으로 보수를 받고 모인 매춘부라는 내용이 담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오는 3월 발행 예정인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 앤 이코노믹스(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에 실릴 예정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와 정의기억연대 등 국내 관련 단체에서는 역사적 진실과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또한 재미 한인 청소년단체인 화랑청소년재단 소속 청년들은 세계 최대규모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아르지'에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을 철회하고 하버드대는 그를 징계하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으며, 세계역사디지털교육재단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중·고교 수업 교육자료집에 위안부 문제를 포함시키는 프로젝트를 착수하겠다고 밝히는 등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지적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위안부=매춘부'라는 내용의 논문을 쓴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사진=하버드대 로스쿨 공개 동영상 캡쳐 |
하지만 이 가운데 조 필립스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 부교수와 조셉 이 한양대 정치외교학 부교수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에 "'위안부'와 학문의 자유"라는 제목의 글을 영문으로 공동 기고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은 해당 기고문에서 자신들을 "남한에 기반을 둔 학자들"이라고 소개하며 "하버드대 교수의 글에 대한 최근 논쟁은 토론과 논의를 위한 여력이 얼마나 제한됐는지를 보여준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과의 사적인 연관성을 이유로 램지어의 학문적 진실성을 공격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외국인 혐오증처럼(xenophobic) 들린다"라며 "그의 글에 한국 시각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동질적이며 피해자 중심적인 '한국' 시각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한국에서는 '위안부' 연구와 토론을 제한하는 것이 사회 및 정치의 집단사고로 커졌다"라며 "열정적으로 공개 토론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비난이 아닌 토론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두 교수는 "(위안부 관련)활동가 단체들은 자신들의 얘기에 들어맞지 않는 정보는 선택적으로 삭제하고 들어맞는 정보는 부추긴다"면서 "'위안부' 납치설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던 일부 학자들은 지나치게 자주 활동가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학교 측 조사를 받고, 당국에 기소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의 눈에 빗물이 고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 같은 기고문이 게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해당 교수들의 소속 대학 학생과 네티즌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21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와 이경석장학회 등 동문 단체는 조셉 이 교수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파면 촉구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 교수는 2016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독하는 발언을 강의실에서 일삼고도 사과와 반성이 전혀 없었다"며 "한양대는 조셉 교수를 퇴출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 측 또한 조셉 이 교수 재임용 반대, 파면 등 학생들의 요구를 방관해왔다"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요구를 문서로 만들어 항의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 교수가 위안부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킨 건 처음이 아니다. 이 교수는 2016년 수업 도중 "위안부 기억은 정확하지 않아서 신뢰할 수 없고 일본 정부만의 책임으로 볼 수 없다"고 발언해 단과대학의 구두 경고를 받은 바 있고, 2019년에도 수업 도중 "위안부 관련 한국 역사학자들의 연구는 민족주의 거짓말"이라고 발언해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규탄 서명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부정확하거나 틀린 자료를 인용한 사례가 최소 29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일부 출처는 극우 성향 커뮤니티인 '일간 베스트'의 게시글이 담긴 한 정체 모를 국내 블로그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램지어 교수의 다른 역사 왜곡 논문에 대해서도 윤리 위원회가 검토에 들어가는 등 논문의 근거에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일본학 전문가 역시 램지어의 논문이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지난 18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두고 "정말 적절하지 않다. 피해자를 우롱하는 발언 같은 것은 정말 이게 미국 최고 대학의 교수인가 의심이 갈 정도로 상당히 실망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과거 93년에 일본 정부 고노 담화 주장까지 뒤엎는 굉장히 편향된 묘사"라며 "사실 그동안 여러 차례 여러 가지 조사를 해서 강제 동원됐다는 것이 확인됐고 일본 정부가 여기에 대해서 본인의 뜻에 반해서 강제성이 있다고 인정하기까지 했는데 그런 점까지 뒤엎는 상당히 잘못된, 편향된 주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영은 기자 youngeun92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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