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살 걸"... '껄무새' 동요
손정의 회장도 과거 500억원 '손절' 화제
이달 초 서울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표시돼 있다. 지난 20일 비트코인은 6,500만원을 돌파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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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이 6,500만원까지 돌파하면서 올해 들어서만 두 배, 1년 전보다는 다섯 배 넘게 값이 뛰는 '현기증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비트코인을 보며 진작에 더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투자자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가격 상승세가 유독 가파른 만큼, 거품 가능성을 유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머스크발 폭등세' 계속될까?
21일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등에 따르면, 전날 비트코인은 사상 처음 6,500만원을 돌파한 이후 이날 오후 3시 46분 기준 6,45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연초(3,200만원) 이후에만 두 배 올랐고 지난 1년 사이 440%나 치솟았다.
최근 비트코인에 불을 지른 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옹호론자로 알려진 머스크가 지난 8일 1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쇼핑' 소식을 전한 이후 이 가상자산의 가격은 현재까지 약 50%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 19일엔 시가총액이 1조달러(약 1,107조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런 머스크가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비트코인 가격이 비싼 것 같다"고 쓰자 해외 한 가상화폐 거래소에선 약 한 시간 만에 비트코인이 2,000달러(약 220만원) 가까이 떨어지며 잠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금 옹호론자인 피터 시프가 자신의 트위터에 "금이 비트코인이나 법정화폐보다 낫다"고 하자 머스크가 비트코인의 기능을 옹호하면서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은 높아 보인다. 하하"라고 답한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내 가격을 회복했다. 현지에선 "머스크도 비트코인 가격을 경고했다"는 평가가 나온 한편, 문장 말미에 웃음을 뜻하는 'lol'을 쓴 점을 미루어볼 때 "오히려 비싸다는 말을 비꼰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일론 머크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올린 트위터. 즉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좀 비싼 것 같다. 하하라는 문장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상태다.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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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살 걸 '껄무새' 속출, "손정의도 당했다"
어느새 6,000만원대로 올라선 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꺾일 줄 모르자 투자자들도 동요하고 있다. 비트코인 투자정보가 오가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지금이라도 달리는 말에 올라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수년 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현재까지 수백 퍼센트에 달하는 수익률을 '인증'하는 글과 함께 "과거에 비트코인 살 걸' '그때 더 살 걸' '팔지 말 걸' 같은 후회로 가득찬 이른바 '껄무새(~할걸이란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는 뜻)'들의 하소연도 속출하고 있다.
직장인 이모(40)씨는 "코인 수익률을 자랑하는 글들을 보면 정말 회사에서 일할 맛이 뚝 떨어진다"며 "주식과는 비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보니 대출이라도 받아 몇 년씩 묵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수년간 폭등과 폭락 반복해 온 비트코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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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광풍에 따른 거품 우려도 여전히 크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연일 비트코인을 향해 "투기성이 높은 자산"이라고 언급하는 등 규제 강화를 시사한 것도 상승 랠리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투자의 귀재'도 거품 앞에선 속절없이 무너졌음을 유념해야 한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비트코인 거품의 최대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손 회장은 비트코인이 2017년 최고가를 기록하던 그해 말 재산의 약 1%인 2억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했다가 이듬해 가격이 폭락할 때 전량 매도했던 사실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지난해 손 회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밝히며 "당시 손해액만 약 5,000만달러(약 550억원)"라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원리 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지인 추천으로 매수했다"며 "매일 매분 단위로 등락을 반복하는 비트코인 시세를 확인하느라 업무에 집중하지 못해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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