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가 바라본 아동학대...이런 것도 학대였어요?
지난해 12월 JTBC 〈뉴스룸〉 보도를 위해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와 인터뷰했습니다. 당시 JTBC 보도로 공개된 대전 모 어린이집 학대 사건, 울산 모 어린이집 학대 사건 CCTV 영상을 보면서 함께 분석했습니다. 꼭 학대 상황이 아니더라도 육아·교육을 위해 어른들이 참고할만한 대목이 많아 전문을 1, 2편으로 나눠 싣습니다.
Q: 어린이집 학대 뉴스가 많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교육 차원에서 그럴 수도 있지'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A: 이런 학대 피해 영상을 보실 때는 두 가지를 중요하게 보셔야 해요. 첫 번째는 아이를 이렇게 대하는 어른을 눈여겨보셔야 하고요. 또 다른 하나는 아이들을 잘 보셔야 해요. 직접적인 피해 대상자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보셔야 해요. 아이를 대할 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 대할 때는 존중이 기본이에요. 내가 생존할 만한 가치 있는 존재이듯이 상대도 생존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그걸 가장 기본으로 시작해야 해요.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더라도 누가 다른 사람 때릴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는 거예요. 더군다나 이건 어른이 아이를, 더군다나 지나가던 사람도 아니고 아이를 부모와 유사하게 돌봐야 하는 그런 교사가 저지른 행동입니다. 어린이집은 말 그대로 집 아니지만, 집과 유사한 곳이란 말이에요. 그곳에서 아이들은 편안하고 안정되어야 합니다. 그림을 잘 못그려도 됩니다. 우리가 모두가 다 화가가 되는 게 아닙니다. 가서 즐겁게 친구랑 어울리고 가서 놀고 배우라고 보낸 곳에서 아이들이 들어가서부터 나올 때까지 불안하고 공포에 떨었다는 생각을 해보면, 이런 게 학대 아니고 뭐가 학대입니까? 학대 맞습니다.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가 어린이집 학대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 (JTBC뉴스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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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부모나 어른들이 아이들의 건강과 발달과 안녕을 해치는 행동을 했을 때는 다 학대라고 봅니다. 아이가 학대를 당해 멍들고 피 나고 심지어는 사망하고 이런 사건들만 학대가 아니라 아이를 공포 떨게 하는 것도 정서적 학대입니다. 아이한테 말을 아주 심하게 하는 것도 언어 학대에 들어갑니다. 학대에는 신체적 학대뿐만 아니라 애를 안 먹이고 굶기는 것, 또는 반대로 음식을 막 억지로 쑤셔 넣는 것, 교육을 안 하는 것, 정서적으로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 언어적인 폭력을 가하는 것, 모두 다 학대에 들어갑니다.
Q: 어린이집 학대 피해를 본 아이가 입는 피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사람이 경험하는 두려움·공포 중에서는 나중에 어른이 됐을 때도 사람의 정서 상태와 성격, 인생에 현저한 영향을 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런 것들입니다. 첫째, 실제 죽음을 가까이서 보는 경험 같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둘째, 부모와 헤어지는 두려움, 셋째, 부모의 사랑을 잃게 될까 봐 의 두려움, 넷째, 비교당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 다섯째, 물리적 힘에 대한 두려움. 특히 이 물리적 힘이라는 건 아이를 가정교육 하겠다며 무서운 얼굴을 한다든지, 소리를 크게 지르는 것에서도 비롯됩니다. 간혹 "우리는 안 때려요. 대신 매만 보여줘요" 하는 부모님들이 있습니다. 자녀에게 매를 들기만 한다든지, 아니면 바닥을 땅땅 친다든지. 이런 것들이 모두 물리적 두려움에 들어갑니다. 100%라곤 얘기할 수 없지만, 아이의 향후 삶에 영향 주는 공포와 두려움에 포함됩니다. 즉, 아동학대 사건은 현재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향후 정서 상태, 대인관계에 영향 준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직접 피해를 본 대상자뿐만 아니라 같은 교실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회복을 돕는 과정이 필수입니다.
Q: 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 장면을 보면, 맞는 아이 주변에 있는 아이들도 상당히 얼어있습니다.
A: 영상만 가지고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추정을 해보겠습니다. 아이들이 꼼짝을 안 하고 있어요. 어떤 아이가 맞고 있으면 그걸 보며 우는 아이도 있어야 하고, 왁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이도 있어야 하고, 도망치는 아이도 있어야 하는데, 모두가 제자리에서 가만히 있는 거 봐서는 너무 얼었거나, 아니면 꽤 오래 이런 것들을 경험해온 탓에 아이들이 이런 환경에 좋지 않은 일종의 '학습'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걱정스러운 거거든요. 애들이 막 움직이고, 깔깔 웃고 그래야 하는데. 아이들이 굉장히 무서워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거죠.
대전 모 어린이집 학대 CCTV 영상 (JTBC 뉴스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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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 나이 아이들 행동답지 않은 거군요?
A: 대여섯살 이 나이 아이들은 움직이고 웃고 말하고 질문하고 만져보고 하는 게 무릇 마땅한 겁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지나치게 말을 잘 듣는 것처럼 보인다? 애들이 너무 "네"만 하는 걸 좋아할 건 없단 말이에요. 아이들은 자기가 발달하면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왜요' 이렇게 질문도 자주 하는 것이고, 심지어 엄마 뱃속에서부터 엄마 배를 찹니다. 원래 말 안 듣습니다. 그게 꼭 나쁜 게 아니라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기를 지켜야 하므로 아이들이 보이는 나름의 힘이거든요. 이게 '내적인 힘' 입니다. 그러나 그게 어른들이 보기에는 어떨 때는 벗어나기도 하고, 가르쳐 줘야 할 때도 있단 말이에요. 그럼 교육을 통해 다듬어주어야 하는 겁니다. 물론 꼭 지켜야 하는 꼭 필요한 통제가 있죠. 코로나 19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하는 것 같이 서로 지켜야 하는 것은 지키게 해줘야 합니다. 적절한 통제, 서로 지켜야 하는 약속입니다. 과도한 통제를 하면 그건 폭력입니다.
(2편에서 계속)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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