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경매시장 중 하나인 미국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국내에서 돌연 사라진 호렵도 팔폭병풍(호렵도)이 매물로 나왔다. 호렵도 추정가는 10만~20만 달러였으나 최종 낙찰가는 93만달러였다. 한국 미술 부문 최고가였다. 한화로 약 11억원에 호렵도를 산 구매자는 당시 비공개였으나 한국 정부란 소문이 퍼졌다.
문화재청이 18일 호렵도를 이날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5개월 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끝까지 응찰해 호렵도를 구매한 주인공이 한국 정부임이 공식 확인되는 순간이다. 문화재청은 해외에 떠돌고 있는 문화재를 환수하는 차원에서 호렵도를 사들였다.
호렵도는 1952년부터 1987년까지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이화여대 교수를 지낸 미국인 캐슬린 제이 크레인 박사가 소장하고 있었다. 크레인 박사가 언제 호렵도를 미국으로 가져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크레인 박사가 작고한 이후 유품으로 남긴 호렵도는 유족이 미국에 거주하는 개인에게 판매하면서 종적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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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매시장에 나타난 호렵도, 문화재청 11억원에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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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해 9월 미국 경매에서 매입해 국내로 들여온 '호렵도 팔폭병풍(胡獵圖 八幅屛風)'이 공개됐다. 호렵도(胡獵圖)는 '오랑캐가 사냥하는 그림'이란 뜻으로, 청나라 황제가 사냥을 즐기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이 호렵도는 병풍 8폭을 하나의 화폭으로 사용해 그려졌다. 병풍 전체 크기는 가로 385.0㎝, 세로 154.7㎝이며, 그림은 한 폭이 가로 44.3㎝, 세로 96.7㎝다. 2021.2.18/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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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렵도 소재가 감지된 건 지난해 3월이었다. 해외 유출 문화재에 대한 긴급매입 사업 대행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재단)은 호렵도가 경매시장에 나온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재단은 전문가 자문과 평가위원회를 통해 호렵도를 환수 대상으로 결정했다. 역사적 의의가 높고 희소성 있는 작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열릴 예정이었던 호렵도 경매는 코로나19(COVID-19)로 차일피일 미뤄지다 6개월 후에 개최됐다. 재단은 문화재보호기금 상 연간 국외문화재 긴급매입 예산인 50억원 한도 내에서 부담할 수 있는 상한선을 내부적으로 정하고 경매에 참여했다. 호렵도 최종 낙찰가가 당초 추정가보다 9배 뛰긴 했으나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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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정조 때 북학 정책 엿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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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해 9월 미국 경매에서 매입해 국내로 들여온 '호렵도 팔폭병풍(胡獵圖 八幅屛風)'이 공개됐다. 호렵도(胡獵圖)는 '오랑캐가 사냥하는 그림'이란 뜻으로, 청나라 황제가 사냥을 즐기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이 호렵도는 병풍 8폭을 하나의 화폭으로 사용해 그려졌다. 병풍 전체 크기는 가로 385.0㎝, 세로 154.7㎝이며, 그림은 한 폭이 가로 44.3㎝, 세로 96.7㎝다. 2021.2.18/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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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홍도의 작품은 '임원경제지'에 기록으로만 남아 있다. 현존하는 호렵도 대부분은 평안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길상의 의미를 담아 그려지는 민화다.
이번 호렵도는 민화가 아닌 궁중화폭으로 그려졌다. 18세기 후반 또는 19세기 초반 김홍도의 영향을 받은 도화서 화원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산수의 표현과 화면 구성이 탁월하며 인물과 동물의 묘사가 생동감 있고 매우 정교해 호렵도 중에서도 수작이란 평가다.
세종=박경담 기자 damda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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