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전 성폭력을 시도하는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실형을 선고 받은 A씨(74)가 지난해 5월 6일 부산지법에 재심을 신청했다. 부산여성의전화 등 353개 여성단체 등은 이날 부산지법 앞에서 A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방위와 무죄를 인정해달라"고 촉구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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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70대 여성이 56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해 달라”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무죄를 인정할 만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지법 형사5부(재판장 권기철)는 재심청구인 최모(75)씨의 재심청구 사건과 관련해 재심 이유가 없어 기각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심 재판부는 “재심 청구인은 무죄를 인정할 증거가 새롭게 발견됐다고 주장하지만, 재판부는 무죄 등을 인정할 새로운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최씨는 56년 전인 1964년 5월 6일(당시 18세)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당시 21세)씨에게 저항하다 노씨의 혀를 깨물어 1.5㎝를 자른 혐의(중상해죄)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노씨가 말을 하지 못하는 불구가 됐음을 전제로 중상해죄를 적용했다.
이후 최씨는 노씨가 수술을 받고 어눌하지만 말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자 “재판부의 판결이 잘못됐다”며 지난해 5월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심 재판부는 “불구의 몸이 됐다는 판시는 언어기능 전부를 상실했다는 게 아니라 유창하게 말을 하지 못하게 했다는 의미로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심 청구인의 주장대로 새로운 사실(증거)이 발견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또 재심 청구인은 “정당방위 규정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규정 해석 오류는 재심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심 재판부는 “재심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청구인의 용기와 외침이 헛되지 사라지지 않고 공동체 구성원에게 커다란 울림과 영감을 줄 것”이라며 “성별이 어떠하든 모두가 귀중하고 소중한 존재”라고 덧붙였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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