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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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전 성폭행하려는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되레 중상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최말자씨(75·여)가 제기한 재심 청구가 기각됐다.
18일 부산지법 형사5부(권기철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6일 최씨가 제기한 재심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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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저항하다 혀 깨물었는데...가해자보다 더 무거운 형벌받은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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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18세였던 지난 1964년 5월 성폭행을 시도하며 강제로 입을 맞춘 노모씨(당시 21세·남)에게 저항하다 혀를 깨물어 상해를 입혔다. 이에 노씨의 혀 1.5㎝ 정도가 잘려나갔다.
당시 검찰은 최씨를 중상해죄로 구속 기소했으나 노씨에게는 성폭력 혐의가 아닌 특수주거침입 및 특수협박죄 혐의만 적용했다. 이후 법원은 노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반면 최씨에게는 노씨보다 무거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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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이 흐른 지난 2018년 최씨는 '미투' 운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힘입어 한국여성의전화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해 5월6일에는 부산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최씨는 "너무 억울해서 이 자리에 56년 만에 서게 됐다"며 "사법부와 법이 변하지 않으면 우리 후세까지 연결된다는 점을 절박하게 생각해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변호인단도 "과거 검찰이 피의자로 조사 받으러 온 최씨를 구속한 채 진술 거부권을 고지하지 않는 등 여러 위법성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최근 자신을 강제 추행한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시킨 20대 여성이 정당방위를 인정받으며 다시 주목받았다.
지난해 7월19일 술에 취한 A씨(20대·여)는 황령산 산길에 주차된 차량에서 강제로 키스를 시도하는 B씨(30대·남)의 혀를 깨물어 혀끝 3㎝가량을 절단시켰다. 이에 B씨는 A씨를 중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A씨도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강간치상으로 B씨를 맞고소했다.
검찰은 B씨 승용차 블랙박스 음성분석 등을 거쳐 B씨를 기소한 반면 A씨에 대해선 정당방위에 해당해 죄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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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반세기 전 사건을 지금의 잣대로 판단하기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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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전 성폭력을 시도하는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실형을 선고 받은 최말자씨(74)가 지난해 5월6일 부산지방법원에 재심 신청서를 제출했다. 부산여성의전화 등 353개 여성단체와 최씨 변호인단은 이날 부산지법 앞에서 최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방위와 무죄를 인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최씨는 당시 법원으로부터 중상해죄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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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재판부는 최씨 측이 제기한 재심을 기각하며 "최씨 측이 제기한 증거만으로는 무죄를 인정할 새로운 명백한 증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며 "당시 판결의 범죄사실인 중상해의 경우 피해자의 '발음의 현저한 곤란'인데 의사가 쓴 상해진단서 등 객관적인 증거들을 바탕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씨 측 주장처럼 노씨가 말을 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만 언어능력에는 실제로 상당한 장애가 발생했다"며 "중상해죄 구성 요건인 불구의 개념이 반드시 신체 조직의 고유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것만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검사의 불법 구금 등을 증명할 객관적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다"며 "성차별 인식, 가치관 등의 변화에 비춰 볼 때 반세기 전 사건을 지금의 잣대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씨 측 변호인단은 재차 재심 청구를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양성우 변호사는 "17일 기각 사실을 전해 들었지만 구체적인 기각 사유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즉시 항고를 제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sykim111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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