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17일 정인양 양부모 2차 공판 열려
어린이집 원장 증인으로 출석…“수차례 상처 발견”
“신고했지만, 분리 안 돼”…정인양 떠올리며 눈물
서울·강원·중부·경상·호남·제주 전국에서 동시 진행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날인 17일 오후 경기 양평군 정인양의 묘지에 판사봉이 놓여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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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신혁재)는 17일 살인,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어머니 장모씨와 아동유기·방임,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아버지 안모씨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정인양이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 A씨가 증인으로 나와 입양 직후인 지난해 3월부터 정인양의 몸에서 상처를 수차례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정인이가 입학했던 3월 당시엔 나이에 맞게 잘 자라고 있었고 쾌활했다”면서도 “보통 아이들은 1년에 한두 번 정도 상처가 발견되는 데 반해 정인이는 2주에 한 번씩 상처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장씨에게 정인양 몸에 생긴 상처의 이유를 물었지만 예민하게 반응하고 대답을 회피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상처 원인을 잘 알고 있는 대부분 부모 사례와 달랐다는 것이다. A씨는 장씨로부터 “‘베이비 마사지’ 때문에 멍이 든 것 같다”는 설명을 한 차례 들었지만, 마사지를 받은 것치곤 멍의 정도가 너무 심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두 달 만인 지난해 9월에야 정인양을 다시 봤고, 당시 정인양이 ‘기아처럼 몸이 마른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A씨는 “정인이 겨드랑이를 만져봤는데, 가죽이 늘어나듯 겨드랑이 피부가 늘어났다”며 “외모뿐만 아니라 허벅지도 바들바들 떨어 걷지도 못해 어린이집 생활을 할 수 있지 걱정될 수준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정인양은 숨을 거두기 전날인 지난해 10월 12일에도 어린이집에 등원했지만,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비춰보면 건강 상태가 매우 나빴던 것으로 보인다. 정인양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쇠약했고, 평소 좋아하는 과자를 줘도 입에 넣지 않았다. A씨는 “그날 모습은 모든 걸 포기한 모습이었다”며 “그날이 마지막이었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한편 이날 공판이 열린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은 이른 아침부터 정인양 양부모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40여명은 이날 오전 6시쯤부터 파란색 우비를 입은 채 ‘정인이를 기억해주세요’, ‘양부모 살인죄 사형’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전국에서 정인이의 엄마·아빠를 자처한 이들은 각지 법원 앞에서 1인 피켓시위에 나섰다. 대법원, 서울동부·서부·북부지법 등 서울지역을 비롯해 수도권인 인천·수원·의정부, 강원권인 춘천, 중부권인 대전·청주, 경상권인 부산·울산·창원·대구, 호남권인 광주·전주, 제주도까지 전국 팔도에서 진행했다.
1인 피켓시위에 참여한 강북구에 사는 장현주(38)씨는 “3살짜리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처지에서 끔찍한 학대 속에 16개월 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이 사건은 너무 충격적이었다”며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작지만,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져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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