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Y멜런, 암호화폐 취급 결정
加 비트코인ETF 출시 승인 등
금융권 편입 가능성 높아졌지만
'수백% 급등 뒤 폭락' 변동성 커
"디지털 튤립에 불과" 회의론도
17세기 ‘튤립 버블’에 비교되며 외면받던 비트코인이 이번에는 주류 자산의 반열에 오를지 주목되고 있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거액을 투자한 데 이어 미국 최고령 은행인 뉴욕멜런은행(BNY멜런)이 비트코인 취급을 결정하는 등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1년 만에 370%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높은 변동성과 범죄 활동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비트코인 활성화에 여전히 높은 장애물로 꼽히면서 비트코인 열풍이 결국 '디지털 튤립'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도 팽배한 상황이다.
1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1일 BNY멜런은 앞으로 자산 운용 고객들을 위해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보유·이전 등의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규제와 법적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로 암호화폐 시장과의 직접 거래를 꺼렸던 월가 은행들에 이는 큰 걸음이라며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당국과 업계의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다. 캐나다 금융 당국인 온타리오증권위원회(OSC)는 자산 운용사 퍼포즈인베스트먼트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승인했다. 마스터카드는 올해 중 자체 네트워크에서 특정 암호화폐를 선택하는 것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테슬라는 15억 달러(약 1조 6,600억 원) 상당을 비트코인에 투자했으며 프랜시스 수아레즈 마이애미 시장은 비트코인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모건스탠리 산하의 자산운용사인 모건스탠리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내 카운터포인트글로벌팀은 비트코인을 투자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운터포인트글로벌은 성장주 투자로 명성을 얻은 팀으로 1,500억 달러 상당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주로 내던 곳이어서 이 같은 변화는 더욱 눈에 띈다. 이 밖에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래퍼 제이지와 함께 비트코인 500개를 기부해 비트코인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투자 회사 러퍼의 던컨 매클린스 펀드매니저는 “비트코인은 투자 포트폴리오의 합법적인 대체 자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가장 큰 우려는 변동성이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올 초 2만 9,000달러 선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현재 4만 8,000달러 선에 거래되며 약 6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14일 한때는 4만 9,000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9일 4만 달러에 거래되다가 22일 3만 달러대로 폭락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팀 레인 캐나다 중앙은행 부총재는 “최근 그들(암호화폐)의 급등세는 투기적인 열광처럼 보인다”며 “이목을 끄는 트윗 한 번으로 가격을 급등하게 하는 것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에서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등을 언급한 뒤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이 같은 변동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회의론자들은 비트코인을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나타난 튤립 버블에 빗대며 ‘디지털 튤립’이라고 칭한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은행 감독 업무를 총괄했던 셰이럴 베어 전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은 블룸버그 라디오에 출연해 “비트코인의 문제는 매우 변덕스럽다는 것”이라며 결제 수단으로 유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WSJ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 이후에도 많은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비트코인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 투자는 마치 변동성이 높은 외화를 보유하는 것과 유사해 위험성이 높은데다 회계 업무에서도 어려움이 크다는 설명이다. 존 레이니 페이팔 CFO는 CNBC에 출연해 “비트코인 같은 금융 자산에 기업의 현금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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