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미중 외교 수장이 첫 전화 통화에서 협력 도모보다는 주로 대립각을 세워 역시 험로를 예고했다. 인사청문회 때부터 대중 강경 정책 의지를 밝힌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를 사실상 모두 거론했다. 미국이 신장, 티베트, 홍콩과 관련해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지지할 것을 강조하고 미얀마 군부 쿠데타 비판 대열에 중국도 동참하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국제사회 체계를 무시하는 중국에 책임을 묻고자 동맹 및 협력국들과 협업하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에 양제츠 중국 정치국원은 미국이 잘못을 바로잡고 중국과 충돌하지 않으며 상호 존중과 협력으로 이견을 조정하자는 발언으로 받아쳤다고 한다. 신장, 홍콩 문제 등에서는 내정 간섭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를 촉구했다. 경제적 이익 충돌뿐 아니라 미국 민주당 정권이 중시하는 인권 분야에서도 확실한 간극을 드러낸 모양새다. 미중 간 오랜 갈등 요소들이지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더욱더 수면 위로 부상할 조짐이다. 고위 관료 간 첫 소통에서부터 기선잡기에 골몰한 형국이다. 국제 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G2(주요 2개국)에는 권한 만큼이나 책임이 따르는 법인데 마냥 으르렁대는 모습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갈등이 첨예한 현안은 일단 뒤로 미루더라도, 우선 가능한 분야에서라도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노력이 아쉽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압박 카드의 핵심은 중국 견제 목적으로 미국 주도로 결성한 안보 협력체인 '쿼드'(Quad : 미국·일본·호주·인도)다. 바이든 행정부가 첫 쿼드 정상회의(화상)를 추진하는 것도 중국을 자극한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쿼드 확대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만약 확대된다면 한국도 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쿼드 확대설도 미중 갈등 사이에 낀 한국에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중 충돌은 안보 동맹국과 최대 교역국 중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우리 정부에는 큰 부담과 동시에 극복해야 할 난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으로 한미 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면서 동시에 전략적, 실리적인 경제 외교도 펼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외교 전략을 치밀하게 가다듬어 유사시에 대비해야 한다. 변화무쌍한 국제정세 속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쉽게 들어줄 수 없는 국면에 수시로 직면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상황에 적합한 유연 외교를 구사하되 인류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이라는 기본 원칙을 바탕에 굳건히 세울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중대 선택을 피할 수 없을 때 나라 밖의 거센 입김에 쉽게 휘둘리는 일이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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