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림 임학박사, "멸종 위기 식물…누군가는 남겨야 할 기록"
'왕자귀나무' 신간도서 표지 |
(목포=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왕자귀나무는 목포와 전남만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원이다.
그러나 아직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왕자귀나무를 지키고 보존하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목포 사람에게는 흰 꽃이 피는 자귀나무일 뿐이고 외지인에게는 그저 목포에 가면 볼 수 있는 희귀식물 중 하나다.
이 나무는 목포와 전남에만 있는 유전자원이자 미래 멸종위기 가능성이 높은 희귀식물이지만 왕자귀나무를 연구하는 사람 또한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왕자귀나무 전문가로 알려진 동북아난대숲문화원 황호림(60·임학 박사) 원장이 이 나무와 만난 것은 2005년이다.
목포에서 이 나무 밀집도가 가장 높은 유달산과 부흥산을 전수 조사해 개체 수를 확인하고 분포 특성과 동태를 파악해 기초 데이터를 만들었다.
숲 해설하는 저자 |
식물지리학적 관점에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국과 일본을 직접 다녀오는 등 왕자귀나무 연구에도 매달렸다.
황 박사는 그동안의 왕자귀나무 연구 성과와 연구 과정의 에피소드를 묶어 '왕자귀나무'라는 책을 펴냈다.
누군가는 남겨야 할 기록이란 사명감을 가지고 이룬 값진 성과다.
저자는 라온제나(2010년), 우리동네 숲 돋보기(2014년), 숲을 듣다(2019년)에 이어 그의 네 번째 숲 이야기 시리즈다.
왕자귀나무는 낙엽 활엽 소교목으로 1919년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가 목포 유달산에서 발견한 왕자귀나무를 학계에 보고함으로써 세계에 알려졌다.
국외로는 인도, 미얀마, 베트남,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하지만 우리나라는 전남 목포를 중심으로 신안, 무안, 해남, 영암, 나주, 진도 등 7개 시군에만 국지적 제한적으로 분포한다.
희귀식물이자 미래에 멸종위기 가능성이 커 유전자원의 보존이 필요한 식물이라고 저자는 역설했다.
우연히 왕자귀나무를 처음 만난 후 목포 일대에서만 자라는 멸종 위기식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일종의 사명감으로 왕자귀나무를 끊임없이 연구했다고 한다.
전남대학교 대학원 임학과에 진학해 목포지역 왕자귀나무 연구로 임학 석사 학위를 받은 데 이어 동아시아로 왕자귀나무 연구영역을 확장해 최근 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자 황호림 |
그의 책 왕자귀나무는 그동안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왕자귀나무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은 제1장 왕자귀나무의 이해, 제2장 왕자귀나무와의 에피소드, 제3장 자원으로서 왕자귀나무, 제4장 왕자귀나무의 보전 등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책의 제목만 보면 전문적인 분야를 다뤄 얼핏 내용이 고루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일반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식으로 전개했다.
동아시아 왕자귀나무 연구를 위해 중국과 일본을 드나들면서 벌어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더해 흥미롭고도 술술 읽히는 책이다.
황 박사는 왕자귀나무의 올바른 이해와 보전이라며 왕자귀나무의 분포 특성에 맞는 맞춤식 왕자귀나무 보전전략을 현지 내 보전, 현지 외 보전, 행정적 제도적 지원 등으로 나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전남도는 전남에만 분포하는 소중한 유전자원인 왕자귀나무를 시·도 보호식물로 지정할 것과 목포시는 왕자귀나무를 목포 시목으로 변경할 것을 촉구했다.
황 박사는 사람 좋은 옆집 아저씨처럼 오지랖이 넓은 나무, 못난 막냇동생처럼 어느 것 하나 잘난 것이 없는 짠한 나무가 바로 왕자귀나무라고 말한다.
저자는 8일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이 땅의 소중한 유전자원인 왕자귀나무를 이해하고 이를 보전하고자 하는 필자의 의지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chog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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