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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규제 3천개인데"…공정위·방통위 "내가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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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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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 규제 권한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중복·과잉 규제로 국내 스타트업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여당 의원들까지 앞다퉈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을 추가하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기업 옥죄기만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해당 규제 내용은 글로벌 거대 플랫폼에 집행력은 떨어지는 반면, 국내 중소 온라인 사업자까지 규제에 포함해 진입 장벽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일 방통위가 주관하고, 이원욱 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13명이 공동 주최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 토론회'에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놓고 전문가와 업계가 모여 의견을 교류했다. 공정위에 규제 권한을 주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맞서 규제 권한을 가져오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은 총 5건이다. 공정위와 전혜숙·송갑석·김병욱·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연이어 법안을 발의하며 규제 조항도 더욱 늘어나고 있다. 방통위와 공정위 간 칼자루 싸움 과정에서 중복 규제에 이어 과잉 규제 논란까지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에 노출되는 순서, 형태 및 기준을 공개하라'는 조항을 넣었다. 정보기술(IT) 업계 염려를 의식했는지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알고리즘 공개는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의원은 법안에 아예 알고리즘 공개까지 포함하면서 규제 수위를 더 높였다. 인터넷 업계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각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것은 헌법상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영업 비밀을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지금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미 3000개에 달하는 법령으로 규제받고 있는 상황에서 왜 보완이 아니라 새로운 법이 필요한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IT 업계에선 여기에 또 다른 의원실까지 가세하며 추가 법안 발의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발의된 안 외에 국회에서 추가로 플랫폼 규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법안이 늘 때마다 독소 조항도 늘면서 '괴물' 같은 법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업 초기 단계인 스타트업 사이에선 이들 법안이 오히려 플랫폼 산업의 진입 장벽을 높여 역설적으로 '빅테크'만 도와주는 꼴이라는 뼈아픈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안은 연간 매출 100억원, 거래액 10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시장에서 을의 지위에 있더라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염려가 강하게 제기된다. 한 IT 스타트업 관계자는 "직원 10명이 조금 넘는 기업이지만, 연 매출은 100억원이 넘는다"며 "아직까지 적자를 보고 있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 검토를 받거나 인력을 충원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장점유율이 낮지만, 고가의 물품을 취급하다 보니 기준을 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며 "해당 법안은 사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싸잡아 규제하려 든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의 '특정 디지털 플랫폼 거래 투명화법'은 자국 내 매출 3조2000억원 이상 전자상거래 사업자 혹은 자국 내 매출액 2조1000억원 이상 앱 마켓을 대상으로 규제한다. EU도 유럽 내 매출 8조7000억원 이상 혹은 글로벌 기업 가치 87조원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다. 유럽 내 월평균 사용자 4500만명 이상이거나 유럽 내 월평균 거래 기업 1만곳 이상이라는 조건도 더해진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대응 여력이 없는 작은 스타트업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한 것은 신규 사업자의 진입 장벽을 높여 빅테크의 독점을 오히려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매출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글로벌 사업자에 국내 기업과 같은 집행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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