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프 보렐(오른쪽) 유럽연합 외교ㆍ안보 정책 고위대표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5일 모스크바에서 회담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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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탄압을 비난하는 서방국가들에 보복을 시작했다. 자국 주재 유럽 외교관들에게 불법 시위 참여를 이유로 추방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인권’을 고리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러시아의 힘겨루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5일(현지시간) 부처 웹사이트에 올린 언론보도문을 통해 “스웨덴ㆍ폴란드ㆍ독일의 불특정 다수 외교관들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추방 사유로 이들이 나발니 석방을 요구하는 불법 시위에 가담했다고 설명했다. 외무부는 “스웨덴 대사, 폴란드 대사 대리, 독일 공사 등을 불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웨덴과 폴란드 총영사관, 모스크바의 독일 대사관 소속 외교관들이 지난달 23일 시위에 참여한 것에 항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행동은 용납될 수 없고 외교관 지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지목된 인사들에게 이른 시일 안에 러시아를 떠나라고 지시했다.
외교관 추방 발표는 마침 이날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ㆍ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모스크바를 찾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나발니 문제를 논의하는 와중에 나왔다. 보렐 대표는 회담에서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를 풀어주고 그에 대한 독살 시도 의혹을 투명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EU의 내정 간섭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때문에 외교관 무더기 추방은 EU 고위관계자 면전에서 실력 행사를 하기 위한 의도된 시나리오라는 해석이 나온다. 보렐 대표는 현지에서 추방 조치를 강하게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즉각 "러시아의 조치는 유럽과의 관계를 더욱 훼손할 것"이라며 강력 대응을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나발니는 지난해 8월 국내선 여객기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졌다가 회복했다. 사용된 독극물이 옛 소련 시절 개발돼 러시아 정부의 독살 시도 의혹이 불거졌지만 당국은 한사코 부인하고 있다. 나발니는 독일에서 치료 후 지난달 17일 귀국하자마자 공항에서 체포돼 수감됐고, 2일 실형이 확정돼 2년 8개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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