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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변 살인 사건의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21년간 옥살이한 최인철·장동익 씨에게 경찰이 사과했다.
경찰 조직이 공식적으로 사과한 건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작년 12월 연쇄살인범 이춘재 대신 누명을 쓰고 복역한 윤성여 씨에게 한 사과까지 포함하면 두 달 새 네 번이나 된다. 경찰 지휘부는 지난달 정인이 사망 사건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영상을 은폐한 데 대해 사과했다.
경찰청은 5일 배포한 사과문에서 "재심 청구인과 그 가족 등 모든 분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당시 적법 절차와 인권 중심 수사 원칙을 준수하지 못한 부분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며, 이로 인해 큰 상처를 드린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 보호'는 준엄한 헌법적 명령으로, 경찰관의 당연한 책무"라며 "이 사건을 인권 보호 가치를 재인식하는 반면교사로 삼아 억울한 피해자가 다시는 없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경찰이 이번에 사과한 낙동강변 살인 사건은 1990년 1월 4일에 발생했다. 당시 낙동강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남성이 트렁크에 감금 당한 상태에서 여성은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약 1년10개월이 지난 뒤 경찰은 최씨와 장씨를 붙잡아 자백을 받아 냈고, 법원은 이들에 대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지난 4일 있었던 재심 과정에서는 경찰이 체포 및 수사 중에 저지른 각종 불법 행위가 드러났다. 부산고법 형사1부는 "경찰의 체포 과정이 영장 없이 불법으로 이뤄졌고, 수사 과정에서 고문 행위도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 당시 수감된 주변 사람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보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최씨와 장씨 진술에 따르면 두 사람은 당시 조사 과정에서 통닭구이, 물고문 등을 당했다. 둘의 진술이 정확히 일치하는 반면 당시 조사했던 경찰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만 진술했다.
장씨와 최씨는 21년간 복역한 끝에 2013년 모범수로 출소했다. 이후 대검찰청 과거사위원회가 2019년 4월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고 발표하면서 재심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결국 4일 무죄 판결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음이 밝혀졌다.
앞서 경찰은 연쇄살인범 이춘재의 자백으로 윤성여 씨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실이 밝혀지자 공식적으로 사과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17일의 일이다. 올해 들어서는 1월에만 여러 차례의 지휘부 사과가 이어졌다. 먼저 정인이 사망 사건과 관련해 세 차례나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김창룡 경찰청장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이용구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폭행 장면이 녹화된 영상이 없다고 밝혔지만 나중에 영상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장하연 서울경찰청장과 최승렬 국가수사본부 본부장 직무대행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최근 잇달아 지휘부가 사과하고 있는 경찰 조직 내외에 위기감이 팽배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이 그간 주장해온 수사종결권을 검찰에서 일부 가져오면서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 받고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하면서 조직이 커졌지만, 이를 제대로 감당할 역량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인이 사건과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등을 통해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지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경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1월에 자체 종결 처리한 1만9543건 중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한 사건은 1월 31일 기준 310건(1.6%)으로 집계됐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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