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호주 정상과 전화통화서 '미얀마 쿠데타' 대응 부각
쿠데타 세력·中 밀착 관측 속…對아시아 정책 시험대
'하나의 中' 정책 유지 확인…대만 문제 뒤로 밀릴 듯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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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방성훈 기자] “한·미 정상은 버마(미얀마)의 민주주의 즉각 복원을 위한 필요성에 합의했다.” “미·호주 정상은 버마 쿠데타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다른 동맹·파트너들과 함께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백악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한국·호주 등 아시아 동맹 정상과 잇달아 전화통화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간 통화의 주요 화두는 동맹 복원과 미얀마 쿠데타 사태 대응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 내용의 핵심은 정상간 통화에서 단 한 차례도 직접 등장하지 않은 ‘중국’에 대한 암묵적인 경고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對中) 압박의 핵심을 동맹규합이라고 했고,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친중(親中)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소위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중국 측이 ‘전쟁 불사’를 외치며 설정한 ‘레드라인’은 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을 향한 압박은 지속하되, 여전히 코로나19 재확산과 이로 인한 실업 등 경기침체, 인종적 불평등 등 국내 문제가 산적한 만큼 일단 미얀마 사태로 전선을 압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얀마 쿠데타 대응 부각…첫 對中견제 시험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동맹 정상들과의 통화는 동맹 복원을 위한 행보의 일환이다. 물론 ‘미 우선주의’를 주창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해왔던 관행이지만, 통화 내용을 뜯어보면 글로벌 리더십의 회복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에서 차이가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무엇보다 이날 한국·호주 정상과의 통화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한 대응 협력을 유독 부각했다. 이는 미얀마 군부와 중국 간 친분 관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대세다. 실제로 2015년 아웅산 수치 고문을 필두로 한 민주주의 세력이 집권하기 전부터 중국과 미얀마간 관계는 끈끈했다.
특히 쿠데타 발발 불과 보름 전 핵심 인물이자 권력을 거머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국방군 최고사령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만난 건 의미심장하다. 일각에서 중국이 암묵적으로 쿠데타를 부추기거나 측면 지원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는 이유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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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정부 차원에서도 미얀마 쿠데타 대응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얀마 군사정부가 구금 중인 수치 고문이 수출입법 위반 혐의로 전격 기소된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며 구금된 모든 이들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는 등 미얀마 군부에 대한 압박을 연일 이어갔다.
따라서 미 정가는 물론, 외교가 사이에서도 이번 미얀마 쿠데타 대응이 중국 견제를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對)아시아 정책의 중요한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나의 中 정책 유지…‘미얀마 쿠데타’에 총력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대만·홍콩 등의 문제에선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종전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과 대만·홍콩·마카오는 하나인 만큼 중국과 수교한 나라는 이들과 공식적인 교류 협력을 하지 말라는 원칙이다. 이날 국무부의 반응은 대만의 주미 대사 역할을 하는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 대표를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초대했다가 중국이 폭격기 8대·전투기 4대를 대만 남서쪽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며 무력시위를 벌이자 “대만에 대한 미국의 헌신은 바위처럼 단단하다“(프라이스 대변인)고 맞섰던 취임 초의 모습과는 상반된다.
이 같은 국무부의 반응은 전날(2일) “레드라인(한계선)은 침범하지 말라”(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는 중국의 경고 하루 만에 나왔다. 양 정치국원은 미 비영리단체인 미·중관계전국위원회가 주최한 화상 연설에서 “중국은 미국 내정(內政)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은 중국의 영토 보전, 주권에 대한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렇게 경고했다.
즉, ‘하나의 중국’은 중국이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마지노선인 만큼 자칫 전면전 형태로 번질 수 있는 대립은 피하겠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은 전쟁까지 불사할 태세다. 지난달 28일 중국 국방부는 “대만 독립은 곧 전쟁을 의미한다”(우첸 국방부 대변인)고 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31일 “대만·미국이 대만 독립을 계속 추진한다면 대만 해협을 넘어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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