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펀드를 판매한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해 중징계를 통보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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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징계와 관련해 금융회사와 금융감독 당국 간에 대규모 소송전이 예고돼 주목된다.
작년 코로나19에 이어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까지 겹치면서 금융지주 CEO들에게 금융감독원이 중징계를 통보하자 이들 회사는 "합리적 근거 없이는 물러설 수 없다"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과거 금감원에서 징계가 통보되면 징계가 확정되기도 전에 CEO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던 양상과는 180도 다르다. 이러한 금융권 태도 변화에는 징계가 법리적으로 무리가 있어 금감원이 법원에서 잇달아 패소하고 있는 현상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6인이 긴급 회동했다. 전날(3일) 금감원이 라임 사태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중징계인 '직무정지'를 통보한 것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박상용 연세대 명예교수 등 사외이사들은 "당시 은행장에 대한 제재 처분으로 회장 직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고객 보호와 지배구조 안정,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손 회장이) 회장직을 이어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작년 1월에도 DLF 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지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통해 3년 임기의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손 회장에 대한 라임 제재심은 금감원이 이달 25일 열고, 최종 징계 수위는 금융위원회가 결정한다. 금융권에선 라임 사태와 관련해 또 한 번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우리금융이 소송으로 맞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CEO를 엄벌에 처해 표를 얻는 포퓰리즘에 따른 결정이기 때문에 지주사 이사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라며 "결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하면서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쪽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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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에 대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회사법과 징계 형평성을 감안한 조치라는 의견이다. 지주회사법에 내부통제에 대한 문구가 있는 만큼 은행과 증권사를 계열사로 둔 지주사 회장에게 최종 책임이 있다는 논리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주의적경고'를 받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복합 점포에서 라임 펀드를 판매했는데 신한금융이 복합 점포의 관리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징계를 받은 주요 CEO들이 하지도 않은 일로 불명예 퇴진할 수는 없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금감원 징계가 그대로 확정될 것을 감안해 대부분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외에도 금융권 CEO들은 채용비리 건으로도 발목이 잡혀 있다. 조용병 회장은 다음달 15일, 채용비리 관련 2심 재판을 받으러 서울고등법원에 출석한다. 이는 2018년 10월 이후 50번째 출두다. 같은 기간 이사회가 34번 열린 것을 감안하면 최근 2년여 동안 조 회장은 이사회 참석 횟수보다 법원 출석일(49회)이 더 많다.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과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은 각각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함 부회장은 하나은행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 1심 재판을 받고 있으며 다음달 또다시 출두하게 되면 법정에 간 횟수가 20회에 달한다.
함 부회장은 대규모 DLF 원금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작년 3월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은 뒤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함 부회장 측은 "금감원이 징계 근거로 제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부실과 관련해 금융사고가 터질 때 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함 부회장의 행정소송 공판도 두 차례 기일이 변경돼 오는 4월 공판이 예정됐다. 하나금융 이사들은 계획보다 늦었지만 조만간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논의에 들어간다.
[문일호 기자 / 김혜순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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