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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악귀야 물러가라' ··· 전화기 너머 미얀마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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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8시부터 통행 금지... 시민들 '비폭력 저항 운동' 시작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오늘(현지시간 3일)로 사흘째입니다.

유혈 사태를 피하려고 첫날, 둘째날, 애써 침착하게 대응했던 시민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젯밤부터 거리에서 냄비를 두드리고 차량 경적을 울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창가엔 촛불도 등장했습니다.

JTBC는 전화 너머로 미얀마 양곤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양곤은 우리로 치면 사실상 서울과 같은 곳입니다. 지난 2005년까지 미얀마의 수도였습니다. 지금은 네피도가 미얀마의 행정 수도죠.

미얀마엔 우리 교민이 3500명 정도 사는데 대부분 이 곳, 양곤에 삽니다.

양곤에서 22년째 살고 있는 이병수 재미얀마 한인회장이 취재에 응해줬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연결되기를 반복해 통화가 쉽지 않았지만, 연결될 때마다 시시각각 바뀌고 있는 상황을 고스란히 전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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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수 재미얀마 한인회장 (사진=이병수 재미얀마 한인회장 제공)




◇오후 8시부터 통행금지



"저녁 8시부터 통행 금지가 맞냐고 교민들 전화가 빗발치네요."





현지시간으로 2일 저녁 8시 넘어 이 회장과 통화가 됐습니다.

이 회장은 "도로에 차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을 열었습니다. 공무원들이 트럭을 타고 돌며 확성기로 "저녁 8시부터 밖으로 다니지 말라고 공지했다"고 했습니다.

이 회장은 "무장한 경찰이 '야간엔 불시에 검문 검색을 하겠다' 했다"고 했습니다. 24시간 내내 가동해야 하는 공장에선 근무자를 언제 퇴근시켜야 할지 몰라 답답해 한다는 하소연도 전했습니다.

"쌀자루 공장 같은 덴 교대자가 새벽에 나가야 하는데, 밤에 못 다니면 숙식을 따로 제공해야 하니까요."

◇"악귀야 물러나라" 시민 시위 시작

이 회장과 30분 남짓 인터뷰를 진행한 뒤 전화를 끊었는데, "양곤 주민들이 심상치 않다"고 이 회장에게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눈 앞에서 놀랄 일들이 벌어졌네요. 좀전에 저희 동네만 시끄러운가 했더니 주택가마다 시끄럽게 소리 날 만한 것을 들고 나와 창문에서 치고 있어요. 냄비며 대야며 막대기까지.. 집히는 대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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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일 오후 8시쯤 미얀마 양곤 주택가에서 주민들이 ″군부 독재를 원치 않는다″며 냄비, 대야, 막대기를 마구 두드리고 있다. 시위에 쓴 것이라며 주민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냄비 (사진=이병수 재미얀마 한인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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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상황을 전하며 '군부 독재를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해 줬습니다.

"여기 신년 풍습 중에 냄비 치는 게 있거든요. 악귀 더러 집안에서 물러나라고 하는 의식이에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시위하듯 창틀에 촛불도 나란히 세워뒀어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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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일 오후 8시쯤 미얀마 양곤 주택가에선 쿠데타를 규탄하는 '촛불'이 등장했다. (사진=이병수 재미얀마 한인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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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합법 시위

쿠데타가 일어난 나라 치곤 시민들의 대응이 상당히 침착한 데는 까닭이 있었습니다. 이 회장은 일단 코로나19 방역 상황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30인 이상 모임'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또 다릅니다.

"비상사태 이후 72시간 내에 비합법적인 시위를 하면 오히려 군부에 (장악할 수 있는) 명분을 줄 수 있다는 법률 해석이 있어요."

군부에 맞선 시민들은 '비폭력 저항 운동', '준법 투쟁'으로 대응에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 세계에 관심을 촉구하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 회장은 다만 내일(현지시간 4일)쯤 시위 움직임이 보다 가시화될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내놨습니다.

"아웅산 수지 고문이 '거리로 나서라' 했다는 얘기가 좀 돌았는데, 그건 가짜 뉴스 같고요. 다만 수지 고문의 메시지대로 쿠데타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이 각계에서 일고 있어요."

양곤 주립 병원 수련의들은 이미 군부 규탄 성명을 내고 '아웅산 수지 고문 즉각 석방' 등을 요구했습니다. 파업도 예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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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3일 파업 시작을 예고한 양곤 주립 병원 수련의 성명 (사진=이병수 재미얀마 한인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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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한인회 '비상 식량' 주문



"아직은 대사관에 피해 접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미얀마에 있는 우리 교민들은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비상 식량'을 쟁여뒀다고 했습니다.

"쌀 1톤을 추가로 주문했고, 라면 200박스, 생수 1리터 짜리 3천 개도 확보했어요. 여기는 정정 불안으로 가끔 시장과 마트가 닫을 때가 있어요. 2007년에도 1주일 닫은 전례가 있어 미리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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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1일 비상사태 직후, 일부 시장과 마트에선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 양곤 미니공 재래시장에 몰려든 주민들 (사진=이병수 재미얀마 한인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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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국에 빨리 돌아가길 원하는 교민을 위해 한인회는 우리 대사관을 통해 미얀마 정부와 전세기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지금 양곤 국제공항에서 국내선과 국제선 이착륙이 안 돼서요."





기자가 오늘 점심쯤, 현지 항공사를 취재해보니 내일(현지시간 4일)부터는 긴급한 환자 이송과 방역 용품 수송 등을 위한 비행편이 허용된다고 했습니다. 인천에서 양곤을 오가는 항공편은 이르면 6일부터 일부 다시 뜰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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