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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취재파일] 시대전환 '나홀로 의원' 조정훈은 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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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는 '야권 단일화'입니다. 대권 대신 서울시장이 되겠다며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그리고 국민의힘에서는 거물급 후보들이 나선 상황입니다. 안철수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금태섭 전 의원과 우선 '제3지대' 단일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변화가 많은 야권에 비해 여당은 조용한 편입니다. 박영선 전 장관과 우상호 의원의 양자 대결로 압축되면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상황이 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민주당 비례정당에서 당선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첫 기자회견을 보좌진 소개부터 하면서 국회에 신선한 충격을 줬고, 기본소득과 '주4일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주목을 받긴 했지만 아직은 인지도가 높지 않은 정치 신인입니다. 도전 자체는 의미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넘쳐납니다. 당장 서울시장 출마를 하려면 의원직을 던져야 합니다. 비례의원 승계도 시대전환이 아닌 민주당이 가져가게 됩니다. 현직 의원이 한 명이라도 '원내 정당'과 '원외 정당'의 차이는 큰 데다 정당 지지율 1% 미만인 게 현실입니다. 당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한데, 무모한 도전을 왜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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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자마자 우선 서울시장 도전은 왜 하는지 물었습니다. "지금의 후보들이 재방송 같아요. 설날마다 방송되는 '나 홀로 집에' 같아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행정가를 뽑는 선거인데, 내세운 공약은 천편일률적이어서 울림이 없다는 겁니다. "다들 정권 유지와 정권 심판만 이야기하는데, 실제 삶에 도움을 주는 행정가 이런 후보 한 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조정훈 의원은 민주당 비례정당 출신인 탓에 '범여권'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런 탓에 조 의원의 출마가 민주당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실제 민주당 측과 만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는데, 조 의원은 이를 인정했습니다. 이낙연 대표를 만났고, 민주당 여러 의원들과도 보궐선거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만났다고 말했습니다. 여야 모두 만나 선거 관련 여러 제안을 받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여권이 아닌 야권 단일화에 참여하는 것인지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 조 의원은 독자 출마를 강조했습니다. "누구랑 합치려고 출마한 건 아니다. 이 과정에 기대하는 건 꼭 조정훈이 아니라 운동권 아닌 다음 세대 정치인, 운동권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매우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공동체를 아는 정치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여야 정치인들을 만났을 때 했던 이야기를 들려 달라 했습니다. 그러자 조 의원은 짜장면의 콩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기성 정당에서 자기를 '콩' 정도로 쓰고 싶다는 의사가 느껴졌다는 겁니다. 여야 모두 만날 수 있지만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자기는 콩 대신 새로운 짜장면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민주당이랑 국민의힘에 들어가면 순식간에 함몰될 겁니다. 조정훈이라는 브랜드를 지켜내지 못할 거예요" 그러면서 재차 시대전환의 이름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완주하겠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습니다.

보궐선거 이후 상황을 물었습니다. 의원직을 잃는 것도 큰일이지만 사실 이 도전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의원실에서 함께 일하는 보좌진들입니다. 조 의원이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는 순간, 실직을 하기 때문입니다. "보좌진들 4년 계약으로 알았는데, 계약이 중단될 위기에 대한 미안함은 당연히 있어요." 조 의원은 이를 가장 신경 쓰고 있다며 낙선할 경우, 이들의 생계부터 챙기겠다고 했습니다. 또 의원직을 상실하는 건, 처음 시대전환을 창당했을 때로 돌아가는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의원직 사퇴 시한인 3월 7일에 시대전환 당원들에게 다시 한 번 출마 여부를 묻겠다고 했는데, 그때도 설득할 자신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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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의원은 얼마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함께 한 사진을 올렸습니다. 정치적인 일로 노출을 꺼리는 김 전 부총리가 정치인과 등장한 건 이례적입니다. 김 전 부총리 역할에 대해서 물으니 "영업 비밀"이라고 했습니다. 세계은행에서 함께 일한 인연을 설명했는데, 상당한 교감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김 전 부총리가 이끄는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본 따 조 의원이 출마 이후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유쾌한 반란, 당신을 위한 서울을 만들겠습니다"입니다.

인터뷰 내내 조 의원은 자신을 실용적인 사람이라 칭하고 생활 밀착형 정책을 이야기했습니다. 첫 공약으로 '혼삶러'를 위해 1인 가구 청약제도 개편을 내놓은 이유도 구구절절 설명했습니다. '서울 1인 가구 42%'*를 위한 공약이 훨씬 필요하고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이라는 겁니다. 자기가 던진 의제로 뜨거운 논쟁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조 의원은 운전대를 잡아보지 않으면 운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드러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양당 정치에 균열을 내고 싶은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새 정치에 대한 열망, 돈키호테 같은 조정훈식 도전에 서울 시민은 어떻게 응답할까요?

* 2020년 11월 기준 서울시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 비중은 35%이며, 고향에 적을 두고 서울에 사는 1인 가구가 7%여서 42%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게 조정훈 의원의 설명입니다.
김수영 기자(sw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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