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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위안부 논문 파문’ 하버드대 교수, 과거 “일부는 일본군과 사랑에 빠졌다"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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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는 매춘부(Prostitute)였다’는 내용의 논문을 집필해 논란이 된 존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교수가 2년 전에도 유사한 주장이 담긴 논문을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논문에서 일부 위안부들은 군인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조선비즈

존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교수.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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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가 입수한 램자이어 교수의 2019년 3월 하버드대 로스쿨 토론 논문(Discussion paper) ‘위안부와 교수들’에 따르면, 램자이어 교수는 논문 초록에서 "일본 정부의 위안부 강제 모집에 관한 어떤 기록적 증거도 없다"며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위안부는 성 노예였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국 학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기소했고 실제로 한 교수는 징역 6개월의 실형에 처해졌다"고 주장했다.

램자이어 교수는 "위안소는 계약을 맺고 매춘부들을 고용했다"며 "6개월에서 2년가량의 단기 계약이었고 선불로 수백엔이 지급됐다. 부채 여부에 따라 받는 금액이 달랐고 계약 기간이 끝나거나 빚을 모두 갚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참전용사는 ‘가장 늦은 사람들조차 몇 달 만에 빚을 전부 갚고 풀려났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논문에서 "많은 매춘부들이 부모에 의해 팔려 갔을 수 있지만, 위안부 가운데 일부는 군인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군이 추상적으로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고 해서 특정한 끔찍한 일(위안부 강제모집)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등의 주장도 했다.

램자이어 교수는 1991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초로 알린 김학순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는 "이용수 할머니는 당초 ‘한밤중에 친구와 함께 집을 떠났고 붉은 드레스와 가죽 구두를 건네준 일본 남자를 따라갔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2002년엔 ‘총검으로 끌려갔다’고 주장했다"고 썼다. 김학순 할머니에 대해선 "그는 양부모에 의해 팔려 가 만주 위안소에 가게 됐지만 일본 사람에 의해 납치됐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종북단체에 의한 역사 조작’이라고 해석했다. 램자이어 교수는 국내 위안부 관련 단체를 가리키며 "한국과 일본의 화해를 방해함으로써 북한의 주요 정치적 목표를 촉진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며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반일 감정을 조장하기 위해 역사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조선비즈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소녀상 앞에서 제1475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사진은 털모자와 목도리를 한 소녀상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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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문가들은 램자이어 교수의 주장은 1993년 ‘고노 담화’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고노 요헤이 당시 일본 관방장관은 위안소는 일본 군 당국의 요청으로 설치됐고 위안소의 설치와 관리, 위안부 이송에 일본군이 관여했다고 발표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인권조사·기록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램자이어 교수는 매춘의 비(非)범죄화 논리를 위안부 문제에 적용하려는 것 같은데, 위안부의 경우 매춘이 아닌 ‘인신매매’로 이러한 논리 적용이 역사적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위안부 피해자들이 전쟁 당시로부터 70년가량의 세월이 지나 세부적인 사실 관계를 다르게 말할 수는 있다"면서도 "취업 사기든, 납치든 일본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민간업자를 이용해 조선인 여성들을 속이거나 기망해 끌고 간 것이 핵심인데, 이를 간과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앞서 램자이어 교수는 오는 3월 국제 학술지인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 앤 이코노믹스(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에 실릴 논문인 ‘태평양전쟁의 성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에서도 이같은 주장을 해 논란이 일었다. 그는 이 논문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는 성매매를 강요받은 성노예가 아닌 공인된 ‘매춘부’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가 아닌 조선 내 매춘부 모집업자의 문제라고도 했다.

램자이어 교수는 일본 미야자키현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현재 하버드대에서 일본 법률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그는 ‘일본법 연구회 미쓰비시 교수’라는 공식 직함을 달고 있는데, 이 직함은 대표적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가 과거 하버드 법대에 거액을 후원하면서 생긴 직함으로 알려졌다. 램자이어 교수는 지난 2018년 일본 정부의 훈장인 ‘욱일중수장’을 받기도 했다.

이은영 기자(eun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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