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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아시아 외교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쿠데타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며 제재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이럴 경우 노골적인 친중(親中) 행보를 걸어온 미얀마 군부가 중국에 더 밀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취임한 지 보름 만에 미얀마 사태와 대중 견제 구상이 맞물린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버마(미얀마)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고 아웅산 수지와 민간 관리를 억류하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미얀마의 민주주의 전환과 법치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미얀마 군부는 1989년 국명을 미얀마로 정하고 국제사회 공인을 받았지만 미국은 현 군부의 민주적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이전 이름인 '버마'로 부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마 군부가 즉각적으로 권력을 포기하고 구금한 활동가와 관리를 석방하는 것은 물론 모든 통신 제한을 풀고 시민을 향한 폭력 억제를 압박하도록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쿠데타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제재 법률과 권한에 대한 즉각적 재검토를 필요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이 나온 이후 유엔은 2일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비공개 영상 방식으로 진행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제재 카드가 많지 않아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중국에 밀리기 때문이다. 인도양으로 나갈 수 있는 길목인 미얀마의 경제적·지정학적 가치를 눈여겨본 중국이 영향력 확대를 시도했다. 중국은 미얀마 투자 2위 국가인 데다 미얀마 전체 무역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은 지난해 1~11월 대미얀마 수입 규모가 9억9700만달러로 카타르와 모로코에 이어 70위 수준"이라고 전했다.
미얀마는 현재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 중심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 요충지로 꼽힌다. 특히 이번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은 중국 고위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11년부터 군 최고 실력자로 지내온 그는 2017년 로힝야족 학살 책임자라는 국제사회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은 로힝야족 사태를 "질서를 위한 행동"이라며 지지했고 흘라잉 사령관을 중국으로 초청해 군사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진행했고 왕이 부장은 이 자리에서 두 나라를 "형제"로 부르며 미얀마 군부를 "나라의 활력"이라고 치켜세웠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미얀마 제재에 나서면 중국과 미얀마가 손잡고 반미(反美) 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미얀마 군 최고사령관이 바이든을 시험에 들게 하는 한편 중국에 큰 베팅을 걸었다"고 전했다. 나카야마 야스히데 일본 방위차관은 이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를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미얀마는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로부터 멀어지고, 중국 영향권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면서 "지역 안보가 위태롭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2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합법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절차에 따라 평화적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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